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5. 8. 2. 21:48

우산

오랜만에 놀러간 친구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출발하려던 차에 갑작스레 비가 쏟아졌다. 소나기겠거니 하고 잦아들길 기다려 친구네 집을 나섰는데, 가랑비 속을 걸어오던 중 무슨 소설이었더라.. 어쨌든 이 대목이 문득 생각났다.

그때,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던 수많은 여자들 중에서 왜 하필 내게 우산을 씌워주었느냐고 묻는 여자에게, 남자는 "감기에 걸리신 것 같길래"라고 대답한다. 물론 여자는 궁금해한다. 어떻게 감기에 걸린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을까?


감기 걸린 사람을 한눈에 알아보는 방법은 모르겠지만... 우산을 미리 챙기는 습관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감기에도 무심하다.라는 아주 뜬금없는 생각을 했다.
나는 우산을 미리 챙기는 습관도 없고 내 감기에도 무심한 사람이지만 이번 감기는 퍽 오래가는 것 같다.


아 덧붙이자면, 예전에 아라 가비지에서 어떤 글을 보고 생각한 게 있었다.
'여자들이 우산을 씌워주는 남자를 좋아한다면, 왜 세상의 남자들 모두가 그렇게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생각한 답은, 적절치 못한 호의는 베풀지 않느니만 못하기 때문.. 이었다. 그래서 다시는 같은 실수 - 우산을 씌워주는게 아니라, 적절치 못한 호의를 베푸는 것 - 를 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 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