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누군가의 글을 읽게 되고,
그 느낌에 홀려 그 사람의 다른 글들을 찾아 읽게 되고,
결국 그 사람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을 가지며 끝내 동경하게 되는,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으신지? 프로작가도 아닌 보통 사람에 대해서 말이다.
난 PC통신 시절부터 그런 일에 맛을 들였고,
지금은 이글루스와 네이버와 태터툴즈에 힘입어 온 나라에 퍼진 블로그 덕택에
전보다 더 풍족해진 환경 속에서 이 무익한 취미를 계속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뚜렷한 자의식, 독특한 감수성, 견고한 신념.
신념이라고 하면 대단히 종교적으로 보이지만 그런 의미로 쓴 건 아니고,
애써 부정하고 싶어하지만 절대 부정하지 못하는 명제 같은 걸 말하고 싶은거다.
이를테면 '나는 영원히 아웃사이더일 수 밖에 없다'고 믿는 것도 일종의 신념이고.
아마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는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는 신념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잠깐 딴소리인데.. 가끔 우습게 느껴지는 사람들의 모순이 있다.
똑같은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나만의 특이한 면모'라는 식으로 말하면 "아니야, 누구에게나 그런 건 있어"
'이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라고 말하면 "아니야, 너만 그래"라고 말한다!
실컷 설명해놓고도 흡족하지 않아 어떻게 하면 이 오묘한 것을 더 근접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누구에게나 있는 것' 따위로 치부해버리면.
짜증이 확 솟는다. 그런게 아니니까 설명하려고 한거잖아.
그나마 후자 쪽 반응이 더 견딜만하니 요즘은 아예 그렇게 얘기하게 된다.


세상엔 글로 벌어먹고 살지 않으면서도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독서량을 짐작케하는 유려한 표현들보다, 좀더 투박하더라도 현실의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글에 난 더 끌린다.
글쎄, 화려한 글을 만나면 일단 주눅부터 든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 변명하지 말자. 이건 질투다. 나도 그렇게 사치 좀 부려보고 싶다!

그러나 이런 유치한 시샘을 제껴두더라도 투박한 쪽이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때로는 아집, 때로는 비틀린 맹신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건 그 사람 특유의 촉수 때문. 독특한 감수성이라는 건,
본인에겐 재앙일지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에겐 동경의 대상일 수 있다.

가만.. 방향을 잃었다. 아까 난 도대체 무슨 말을 쓰고 싶었던걸까.
거의 울고싶은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단어 고르다 지쳐버렸다. 뭐였지..
그러니까 아집도 집착도 나쁜게 아니다? 아닌데..
그럼 부러워 죽겠다? 이것도 아니고. 이놈의 기억력은 한 번 더 저주해줘야겠다.
역시나 아닌 것 같지만 머리 속에 남아있는 잔상만이라도 적어보자.

- 갈증이란 느낌조차 잊고 살았더니 물 한 모금은 감질나기만 하다.
- 역시 밤은 위대하다. 또 이런 글 나부랭이를 남길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