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학기 중보다 요즘이 더 정신없는 것 같네요. (그땐 글 쓸 시간이 왜 그렇게 많았는지-_-) 그래도 짤막하게라도 정리해놓으면 나중에 좋지 않을까 싶어서...


파란만장했던 한 해를 돌아보며 - 2005년 나의 5대 키워드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_-)


1. SPARCS, 스팍스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1년동안 스팍스의 회장을 맡았습니다.
뭐 힘들 때도 많았고... 임기가 다 끝난 지금에서도 차근차근 돌이켜볼 기운도 없을 만큼 많이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요.
2005년 한 해가 제 지난 21년 중의 그 어떤 해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 해였던 것은 아마도 여기에 크게 기인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두 마디로 끝낼 수 없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은 오버고) 여튼 뭐 구구절절한 얘깃거리들이 많지만 잘 숙성시켜두면 언젠가 잔뜩 늘어놓을 때가 오겠지요.
일단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맙습니다!!

2. Star Wars
(...갑자기 분위기 반전.)
(여기서부터는 좀 어처구니가 없으실지도-_-)
영화라는 것은 '데이트를 하다하다 정말 더 이상 갈 곳이 없거나 돌아다닐 기운이 없거나 화젯거리마저 떨어졌을 때나 보는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제가 갑자기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그후로 클론워즈를 포함한 스타워즈의 모든 에피소드의 섭렵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노블라이즈 오디오북을 지른다던가 캘린더를 지른다던가 하는 주책을 비롯하여 Dark lords of the sith 등의 각종 외전까지 들이파고 있는 지경입니다...
-_- 웬만하면 발을 들이지 마시길 권유드려용.;

3. Ewan McGregor
(앞의 주책과 연결됩니다.)
제가 스타워즈에 그토록 빠지게 된 이유는 다 이 망할 스코틀랜드 배우가 연기한 오비완 때문이었습니다. -_-
그 후론 이 사람의 필모그래피에 줄 그어가며 출연작들을 챙겨보고 있지요. 본 것들을 나열해보자면 대략...
스타워즈 에피소드 1,2,3
물랑루즈 (The Moulin Rouge)
트레인스포팅 (Trainspotting)
쉘로우그레이브 (Shallow Grave)
엠마 (Emma)
Solid Geometry
아일랜드 (The Island)
빅피쉬 (Big Fish)
다운위드러브 (Down with love)
벨벳골드마인 (Velvet goldmine)
영아담 (Young Adam)
로봇 (Robots)
인질 (A life less ordinary)
스테이 (Stay)
Little voice
겜블 (Rogue Trader)
정도 되겠습니다. 어 생각보다 별로 안 많네요? 다운받아 놓은 것들 마저 봐야겠습니다...-_-

4. The Moulin Rouge
(역시나 앞의 주책과 또 연결됩니다.)
화려함. 스타일. 현대적인 아름다움. 소비되는 문화. 거대한 문화 산업.
두서없이 썼는데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받은 충격(?)을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썼습니다.;
뭐 오비완 했던 배우가 나오는 영화라길래, 그것도 로맨스라길래, 그 길고 긴 필모그래피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챙겨본 영화였는데 그 효과는 아주 강렬했습니다.;;; 전 사실 고등학교 입학한 이후로는 티비도 거의 안 봐서, 요즘 엠넷같은 걸 보면 눈이 뒤집히고 그럽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저런 '티비프로그램'에서 저렇게 스타일리쉬한 화면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별 거 아니라는 듯이 펑펑 쓰게 된거지?! 내가 중학교 때 한창 방방 뜨고 있던 틴에이저 댄스그룹들 - 이를테면 신화 같은 ^^; - 은, 그 어리고 비슷비슷하고 시시하기만 하던 멤버들은 언제 또 저렇게 근사한 녀석들로 큰 걸까!! 뭐 이렇게 절규하고 있지요...;;; 화면 가득 살아숨쉬는 캐릭터들. 독특하면서도 개성적인 매력들. 그리고 그걸 잘 표현해주는 무대와 연출. 매일 보는 사람들이야 잘 모르겠지만 저는 전기 안 들어오는 촌구석에서 몇 년 틀어박혀있다 온 사람처럼 신기하기만 하네요-_- 이런 정도니 처음에 물랑루즈를 보고서는 그냥 넋이 나갔다고밖엔...
유안 맥그리거의 노래. 춤. 연기.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거의 7월 한 달 정도를 물랑루즈에 빠져 지냈던 기억이 나요. OST를 듣고, 영화를 보고 또 보고, 외국 팬사이트 뒤적거리면서 촬영 에피소드라든지 패러디라든지를 읽으면서 킬킬거리고, 그것도 아쉬워서 영화에서 소리만 따서 MP3로 만들어서 듣고 다니고... -_-
(이런 걸 쓰고 있으니 저 스스로도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한 건가!!'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크윽;;)

5. John Maeda
(아 이젠 좀 정상적인 이야기... 일까요?)
미디어랩에 대한 책을 읽다가 이 사람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존 마에다, 간단히 소개하면, 컴퓨터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래요. 이 사람이 쓴 Maeda@Media란 책, 꽤 감명깊게(!) 읽었고요. (보시면 알겠지만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책입니다; 다는 못 읽었지요-_-) 덕분에 미학이라는 것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음, 여기에 대해선 앞으로도 꾸준히 탐구를 해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습지요... ^^
여기에서도 또 역시나 '들이파기 신공'을 동반하여... 미술사라든지 철학이라든지 쪽의 책을 사재기하게 되었다는 얘기는 접어두고... -_-



정리하자면 동아리일로 좌충우돌 진로 문제로 질풍노도에 관심가는 쪽은 가리지 않고 별의 별 데를 다 들이판 한 해...였습니다.
동아리일 덕분에 리더쉽이라는 것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역시 어설프게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고요.
진로... 내가 앞으로 어떤 분야를 하면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굉장히 고민은 많았지만 아직도 답은 못 냈습니다. 이제 4학년인데 창피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후진국일수록 학생들이 진로를 빨리 결정한다'는 지도교수님의 말씀으로 위안을 삼으며...-_-;;;

이걸 보고 있으면 '당신 전공 공부는 안하냐!!'라고들 생각하실터인데-_- 음 LKIN과 학과 공부 외에는 딱히 한 일이 없긴 하네요.; 사실 그 겨울에 저는 1년치의 배울 것을 다 배워버린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그 겨울의 세미나와 프로젝트 덕분에 소프트웨어공학개론이라든가 전산망개론이라든가 데이터베이스개론 같은 과목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었거든요. 아 그래 저런 이슈가 있었지! 그래 저것 때문에 내가 고민했단 말이지! 우오오오 말로만 듣던 그 xxxxx를 내 손으로 구현하는 영광이!! 하면서요. ^^; 리더쉽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도 상당 부분은 LKIN과 관련된 것들이었네요.)

어쨌든... 후반부에 가서는 거의 전공과 상관없는 짓들;에 골몰해 있었는데, 전공에 얽매이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제겐 좋았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던 그 순간순간이 굉장히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에 대해서도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전 주로 '해야 하는 일'들만 생각했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는 것은 항상 뒷전이었던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책임감 내지는 성실함이겠지만... 정작 내가 뭘 좋아하는 지를 아려면 하고 싶은 것들을 즐겨봐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그런 여유를 주는 것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제라도 그걸 깨달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되도록 행동 하나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그저 마음가는대로 끌리는대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려고 해요. 지금 아무리 재고 따져봤자 나중엔 다 틀릴 거거든요. 그냥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게, 결국은 최선이 될 거라고, 그렇게 믿고 즐겨보렵니다.


뭐 짧게 쓰겠다고 시작했는데 점점 길어져버렸네요. 어쨌든,

2006년도 열심히 즐겨보겠습니다! 잇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