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6. 11. 9. 00:43

(요리집약적인) 일주일 일기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5일 (일) 18시 44분 10초
제 목: 키루나 질렀다

스웨덴 최북단 키루나. 내 일생에 갈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곳인데 카이스트
애들이랑 같이 여행할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서 눈 딱 감고 표 질렀다.

얼음호텔과 얼음낚시와 개썰매를 찾아... 아 생각만 해도 춥다.;

정말 이상한 것은 나는 여지껏 나보다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은 본 적이 없을
정도인데 (우리 엄마 빼고) 왜 기숙사 생활 6년 하는 동안 방은 항상 북향이 걸리는
것이며 (아마 딱 한 번 동향) 교환학생은 왜 또 스웨덴에 왔으며 지금 잡혀있는
여행일정 두 개는 왜 또 11월의 스웨덴 최북단과 12월의 동유럽인 것인지..라는
것이다. ;ㅁ;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런 추운 델 가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어."
"But it's beautiful." 눈을 지그시 감으며 마티아스가 한 말에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 사실 걱정은 되지만 또 마음은 신나긴 한다. ㅋㅋㅋ
슬슬 방한용 장비들이나 마련해야지.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7일 (화) 07시 19분 41초
제 목: 연장신청중

KTH측에서 공식적으로 연장을 거절한다는 통보가 났다. 뭐 5명의 학생이 1년을 있을
수 있게 배정했으니 이제 반년짜리 2명만 더 받을 수 있다 쌀라쌀라는 저들 논리고.
나의 논리는..

"나 유럽 여행 하나도 못하고 수업만 조낸 들었는데.. 억울해서 못 간다!! 배째!!"

-_- 물론 이렇게 말할 건 아니고;;

뽀작난 개별연구도 다시 재개해야 할텐데 요즘은 매일같이 런치다 디너다 파티다
해서 정신을 놔버렸다. 으하하. 송교수님 죄송해요. 하여튼. 연장만 된다고 하면
다시 열심히 알아볼 예정이다. 사실 연장하려고 기를 쓰는 주된 이유도 거기에
미련이 있어서니까.

하튼. 연장을 위해 현재 쓰고 있는 어프로치는 교수님들 추천서.
'연구방법론' 수업시간에 맨앞에 앉아서 열심히 재잘거린 덕분에 산드라의 추천서는
수월하게 받아냈고. '테크니컬 잉글리시'도 지금까지 낸 숙제로 베개도 만들 수
있을 정도라 자신있게 요청을 했는데 정말 상상 이상으로 적극적인 답장이 왔다.
오늘 수업시간에 받아보니 지난번 퀴즈들이 거의 만점이더라 헐헐; "wow" "great!"
같은 코멘트 붙어있고;; 어쩐지 왜 이렇게 잘 해주나 했다.;

어쨌든 이 두 추천서 들고 코디들한테 가서 담판을 지어볼 예정이다. 아자!

궁여지책으로 여기 회사에 취직해서 시급한 비자문제부터 해결하는 방법도 있는데
일단 비자 전용이 가능한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 알빈이 스웨덴 무슨 검색솔루션
회사에 내 이름 좀 떨궈도 되겠냐고 간곡히 묻길래 그러라고 하긴 했으나;; 사실
네이버를 뿌리치고(?) 논문쓰고 공부하겠다고 여길 왔는데(;;) 또 검색회사 비슷한
걸 다닐거면 굳이 여기 남을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외국 회사에서
일해보는 기횐데 하자고만 하면 넙죽 받아들이는게 나은가 싶기도 하고. 에잉 잘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이번 주 금요일 내 생일파티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다. 누구누굴
초대하나, 술만 준비하면 되나, 초대받은 애들끼리는 서로 많이들 모를텐데 어떻게
얘들을 잘 섞나, 실컷 불러놨는데 지루해하면 어쩌나.. 아아아 한국처럼 우르르
델고 나가서 퍼마시고 끝이면 좀 좋아;;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7일 (화) 23시 47분 21초
제 목: 구글?

Armada라고 스웨덴에 있는 회사들이 KTH에 와서 박람회 비슷하게 하는 행사가 있다.
좀 유명한 회사로는 구글, 오페라 정도? 나머지는 뭐 스웨덴은행 이라든지..; 하튼
알빈이 이 행사 알려주면서 여기 인터뷰도 있는데 별로 심각한 거 아니고 그냥
가볍게 응해볼만 하다, 하길래 랜덤으로 몇 회사 찍어서 지원을 했었다. 테크니컬
잉글리시 숙제로 마침 써 둔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첨부하야..

그래서 오늘 구글에서 메일이 왔는데. 아 내 이력서 흥미롭게 읽었댄다.
그리고... 내 성적표를 보고 싶대네?;;;;;
덴장.. 그래서 사진기 접사모드로 영문성적표 찍고 있다-_-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8일 (수) 18시 22분 38초
제 목: 칼국수 & 쿠키

(또 밀린 일기 쓴다;;)

지난 토요일. 이랑이네 코리도에서 한국 친구들끼리 모여서 뭘 해먹기로 했다.
이랑이네 기숙사는 처음 가 보는 거였는데.. 남의 떡이 커보인다고 왠지
좋아보였음. 무엇보다도 방에 소파가 있고!!! (나의 오랜 로망 ㅠㅠ) 주방도 훨씬
분위기있고 등등..

하여튼 칼국수를 해 먹기로 한건데 그날 한국식품점 들렀을 때 문이 닫혀있어서
칼국수를 못 샀다. 흐음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생각만 하면서 이랑이네엘 갔더니
세상에 한 시간 반을 반죽했다는 '손칼국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간장에 깨를 띄운 양념장과, 닭고기가 들어간 쫀득쫀득한 손칼국수.
ㅠㅠ 크아아 계속해서 감동하면서 먹었다;;

아 그리고 후식으로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만든 쿠키!!!
오기 전에 우리집(?)에서 미리 반죽을 만들어 온 건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이게
과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인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어쨌든 준비해 온
반죽을 그 자리에서 썩썩 썰어서 오븐에 넣고 굽는데, 달콤한 바닐라향이 온 주방에
진동을 했고 결과물의 맛도 놀랍게도 쿠키맛이 났다!

이상이 구황작물로 연명하던 임모양과 초콜렛으로 1일대사량을 채우던 서모양의
성공담이었음. 크하하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8일 (수) 18시 53분 58초
제 목: 팬케익 크럼블

(원래 일기는 몰아서 쓰는게 제맛.. 이러고;)

지난 일요일. 유레가 팬케익 크럼블이라는 걸 만들어준다고 초대를 했다.
영어숙제에 손도 안 대었던 터라 어쩔까 하다가 그날 오후 열심히 버닝해서;
800단어 에세이 짠 끝내고 상쾌하게 놀러감. 쉐프의 주문에 따라 베이킹 파우더와
냉장고에 굴러다니던 버터를 챙기고 슈퍼 들러서 달걀도 사 갔다.

원래 오스트리아(였나? 호주였나?) 요리인데 슬로베니아에서 엄청 대중적이란다.
팬케익을 만드는가 싶다가 어느 순간 확 뒤집어서 주걱으로 마구마구 뿌시는 것이;
이 요리의 포인트. 원래 엄청나게 달콤한 음식이라는데 초반에 설탕을 좀 적게 넣은
지라, 막판에 엄청나게 많은 설탕과 꿀을 들이붓는데 옆에서 보면서 덜덜 했다;

음. 정말 달더라.;; 한 그릇 우걱우걱 먹고 있으니 짭짤한 칩이 먹고 싶어졌다.
만들기는 비교적 쉬운거 같으니 언제 나도 해 봐야지.

진에 레몬수 탄 걸 뭐라고 하지? 하여튼 그걸 마시면서(아아 맛있었다;ㅁ;) 한글도
가르쳐줬다. 설명하다보면 빠뜨린게 있어서 '아참 이런 룰도 있는데' 라고 말할때
마다 이 친구는 몹시 혼란에 빠졌다. '지금 글자 새로 만들고 있는거 아냐?'라고;;

어쩌다보니 얘기가 흘러흘러 일본 애니메이션 얘기를 하게 됐는데 이 친구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헐헐헐. 그래서 마사루 상을
소개해줬다. 그거 보고나면 나 안 볼지도 모른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8일 (수) 19시 45분 38초
제 목: 연어구이

(그렇다.. 모든 모임과 약속은 요리의 이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말 요리지향적인 삶인듯;;)

지난 화요일. 어제. 니클라스가 저녁 대접한대서 갔다. 정말 이곳에서의
대인관계라는 것은 주방에서 만들어지는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같이 뭘 해
먹고, 뭘 해 먹이고, 이런 게 생활의 일부.

역에 마중나왔길래 같이 슈퍼에 들르면서 '뭐 아이스크림 같은거 좀 살까?' 했더니
약간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완전한 디너를 준비한 거니까 넌 아무 것도
준비할 필요 없어 ^^;' 자 또 답례해 줄 것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스웨덴 북쪽 지역 숲에서 직접 따 왔다는 버섯을 크림소스에 볶아 얹은 토스트로
가볍게 시작. 스웨덴의 트레이드마크라도 되는 것 같은; 삶은 감자와, 이름 까먹은
무슨 그리스 치즈를 넣은 토마토 샐러드가 나오고 메인디쉬인 연어구이가 나왔는데
선명한 색깔이랑 싱싱하게 차오른 살, 또렷한 모양새가 좋은 생선 같아서 잠시
칭찬을 했다. 그리고 한 입 베어문 순간...

"이게 크림이야 생선이야 입에서 살살 녹는거 같애 ;ㅁ;"
"(웃고 있다;;)"

아 정말 보드랍게 살살 녹는 그 비계(?) 부분이 너무 훌륭했다! 내가 지금까지 먹은
연어들은 그런 게 없었는데;; 원산지라 신선한 걸 구하기 쉬워서일까. 냉동되지
않은 걸 사 와서 요리한 거라고 했다.

후식으로는 '오스트카카'라고, 직역하면 치즈케익인데 음.. 실제로 먹어보니
케익이라기보다는 찜 같았다; 치즈찜이랄까;; 독특한 향내가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이상했지만 쨈이랑 같이 먹으니 또 그런대로 고소하고 맛났음.

한참 수다를 떨다가 말 나온 김에 또 한글 가르치기에 재도전했다. 며칠 전에 한 번
가르쳐 본 경험으로 이번엔 좀 더 매끄럽게 가르칠 수 있었다. 기본적인 자모의
창제 원리, (-_-이거 왜 가르치냐면 그러면 모양 외우기 쉽거든) 각각의 발음들,
모음을 어떻게 합성하는지, 한 음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어떻게 모아쓰는지 등등..

그 아파트에 쉐어해서 사는 일본인 여학생이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같이 배웠다.
'헤에..?' 음 근데 이 여학생 분위기가 너무 구우스럽더라;; 정말 표현하기 힘들
만큼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이었다.; 느릿느릿하고 약간 퉁명스러운 듯한
말투에, 일본어 억양을 그대로 담은 리드미컬한 영어..;

잘 얻어먹고 수다도 실컷 떨고 내가 좋아하는 40번 버스 타고 몹시 행복한 기분으로
기숙사에 돌아왔다. 니클라스의 말대로 완벽한 저녁이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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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사(http://picasaweb.google.com/seomirae)에 사진 업뎃 종종 하고 있으니 들러주셔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