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6. 11. 20. 05:27

열흘 치 일기

요새 귀찮아서 별로 안 썼다고 생각했는데 몰 또 이렇게 쓰잘데기없이 많이 썼댑니까... 끙^^;

아래에도 썼지만 저 1월에 돌아가요!!
한국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왠지 김치와 라면이 더 땡기는, 알 수 없는 인간의 심리입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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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0일 (금) 10시 37분 43초
제 목: 김밥

내일이 내 생일이라 한국 친구들이랑 김밥 해먹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연락을 제대로 안 돌린 탓에 다른 애들은 한참 나중에 오고
이랑이랑 나랑 둘이서 놀면서 김밥 10줄 마는데 세 시간 걸렸다;

일본식품점에서 산 김은 두껍고 질겼고 싼 맛에 산 쌀은 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결과물은 맛있기만 했다. 크크. 아 이랑이가 마늘이랑 마른미역 챙겨와서 고기도
듬뿍 넣고 미역국 끓여줘서 또 한 번 감동했다. ㅠㅠ
준호가 사다준 케익도 고맙고. 우람이가 사다준 고디스도 고맙고.
그러고보니 다 먹는 거구나;;

낮에는 연장신청땜에 추천서 두 장 들고 코디를 찾아갔었다. 'unfortunately'
어쩌고 저쩌고 하길래 그랬다. 나는 unfortunately 어쩌고 저쩌고를 들으러 온 게
아니다. 당신마저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지 않으면 누가 이걸 신경이나 쓰겠냐. 나는
여기서 지금까지 21학점 들었고 정말로 구체적인 학업 계획을 가지고 있고 곧
개별연구도 시작할거다. 지금까지 네 명의 교수를 만나봤고 연구 분야가 내
관심사랑은 미묘하게 달라서 합치점은 못 찾았지만 지금도 찾느라 노력중이다..라고.
솔직히 일부는 뻥이다. 구체적인 학업 계획 없다. -_-

사실 이제 연장에 관한 한 내가 힘쓸 수 있는 일은 대충 다 한 셈이니 이제 와서는
뭐.. 1월 말 쯤 한국 돌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별연구 같은거 하기엔 카이스트가 훨-씬 낫고, 봄학기에만 개설하는 아키도 가서
들어야하고, 여기서 만 20살이랍시고 희희낙락 좋아하며 살고 있지만 사실 두 달
뒤면 나는 23살이 되고 슬슬 진로 고민도 다시 해야 하고. 여기서 벌써 네 달째,
사는 동안 무척 즐거웠고 아마 이후로도 계속 연락하게 될 것 같은 좋은 외국
친구들도 사귀고 정말 인생에서 몇 안 되는 걱정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테니까. 이 모든 것들에 너무 많이 정들면 안될테니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는게 옳을지도 모른다.

내일은 술먹는 파티 하기로 했는데 사람들이 겁준다 막. 재미없으면 여기 애들은
그냥 나가버린대나-_- 그럼 술만 놓고 가라고 그래야지 으히히.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2일 (일) 04시 51분 59초
제 목: 생일파티

어제는 우리 코리도에서 내 생일파티를 했다. ㅋㅋ

이랑이랑 미리부터 떡볶이 만들면서 기다리는데.. 역시 9시부터라고 하면 이넘들은
9시부터 쥔장이 준비한다는 소리라서; 30분이 지나서야 첫 손님들이 왔다.
파티 열어보는 건 처음이라 처음엔 우왕좌왕 하고 뻘쭘했지만 나중에는 다들
자기들끼리 잘 놀더라. ^^; 여기서 한 뭉태기 수다떨고 있고 저기서 한 뭉태기
수다떨고 있고.. 나는 뭐 계속 와인오프너를 찾는다 새 손님 받는다 동분서주;

선물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사실 놀랐다. 알빈이랑 니클라스는 스웨덴
레드 와인, 톰은 판타지 소설, 다이끼는 화이트 와인(사실 선물이었는진 잘
모르겠는데 가져와서 다 먹었음;), 나쯔꼬는 일본 부채, 유레는 꽃 한 다발
(백합과로 추정됨), 하우라는 레바논 쿠키...
내가 한 거라곤 칩스랑 팝콘 미친듯이 많이 사다 나른 거 밖에 없는데 조금
민망했다;; 아 아니다 떡볶이를 해줬구나. 클클

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생일축하 노래를 영어버전/스웨덴버전/한국어버전
이렇게 세 번을 들은 거. ㅋㅋ 답례로 나중에 트로트 한 곡 뽑아줬다. 크히히

사람들 하나둘씩 다 보내고 유레랑 남아서 설거지 싹 하고 부엌 청소 하고나니
새벽 세 시 반. 아- 색다른 경험이었지만 당분간은 또 할 생각 없다. 디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2일 (일) 05시 32분 01초
제 목: Start-up day

http://www.startupday.se/

Stockholm School of Entrepreneurship (SSES)에서 주최하는 Start-up day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어떻게 사업화할
것인가, 네트웍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등에 대한 일종의 워크샵. 몇 주 전부터
미리 등록을 해야 했다.

가는 것부터 고생이었다. 어제 파티하고 남은 음식이며 뭐며 싹 마저 정리하느라
두 시간도 채 못 자고(!) 무거운 몸을 느적느적 끌고 갔는데,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도대체 Regeringsgatan 74는 어디 있냔 말이다..; 묻고 물어 30분만에 간신히 그
거리를 찾긴 했는데 번호 매겨놓은 게 또 가관이었다. 최소한 연속되든가. 증가하는
방향이라도 맞추든가. 이게 뭐야!! 등록 마감 직전에 겨우 도착했다. 에효

그래도 공짜 아침에 공짜 점심에 공짜 커피 공짜 홍차 다 챙겨 먹었다 ㅋㅋㅋ

세미나는 30분씩이고 10분 정도씩 쉬는 시간이 있었다. 두 세 가지 정도의 세미나가
게속 동시에 열려서 그중에 듣고 싶은 걸 골라서 듣고 다니는 거였다. 그래서 오늘
하루 총 9개의 세미나를 듣고 왔는데; 제목에 낚인 것도 있었고 의외로 괜찮은 것도
있었고 심각하게 졸아버려서 판단이 불가능한 것도 있었다. -_-;; 아래가 내가 들은
세미나들 목록.

Master of Ceremonies
How to start-up a 120-year-old family brand
Fundementals, relevant right, brands, patents
Sex, business and rock 'n' roll!
Sales skills and tips
Entrepreneurship trends in the future
Getting your company listed
Combining art and commerce
The masochist's guide to starting successful businesses

처음엔 와 이런 좋은 말들을.. 하면서 열심히 받아적었는데 하루종일
entrepreneurship에 대한 세미나를 듣자니 나중엔 뽑는 키워드도 다 비슷비슷하고..
그 얘기가 그 얘긴거 같고.. 아니 이렇게 하는 얘기들이 비슷해서야 경영학 전공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이런 시덥잖은 생각도 하면서...;

쉬는 시간에 만난 어떤 학생은 다짜고짜 내 경력과 프로그래밍 실력을 물었다.
자기가 정말 근사한 아이디어가 있는데 구현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경영학이라든지 사회학이라든지 이런 쪽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아이디어는 많은데
구현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반면에 전산학을 공부하는 나는 지금 당장 보면 스스로
뭘 캐서 하고 있질 않고. 그래서 협업이 필요한 거다..라고 말하기엔 사실 문제가
있다. 연구든 사업이든 주체가 되려면 먼저 그 아이디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만날 때마다 '이거 정말 백만달러짜리 아이디어야' '이건 그냥 박사 논문 감이다'
너스레를 떨며 온갖 아이디어를 얘기하는 유레를 볼 때도 늘상 그랬지만, 오늘은 또
저 학생 덕분에 좀 자극을 받은 것 같다.

막판에는 세 잔의 카페인 덕분에 실날만큼 깨어있는 정신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컴퓨터만 잘해가지고는 다른 사람들한테 이용당하겠다' -_-
거의 모든 강연자들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
중에 스물 네 살짜리 도박사이트 CTO가 말했다.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로서의
엔지니어는, 훌륭한 실력을 갖췄지만 아직 큰 성공으로 검증받은 적이 없고
finance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고. 참 진지하게도 말하던데 사실 정말
무서운 말 아닌가.

여기는 어딜가나 코트랑 가방 맡아주는 데가 있어서 편리하다. 특히 오늘 갔던 그
Nalen이라는 곳은 건물도 정말 웅장하니 멋있고 웨이터가 강연장 계속 돌아다니면서
컵도 수거해가더라. 샹들리에랑 천장 장식만 보고 있어도 몹시 즐거웠다. 크크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2일 (일) 06시 26분 23초
제 목: 인터뷰 잡힘

어제 구글에서 전화가 왔었다. 다음주 수요일에 내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고 했다.
두 시간동안 두 명의 엔지니어를 만나게 된댄다. 기술적인 내용, 주로 알고리즘을
물어볼거고, 자기네 프로덕트에 대해서 좀 훑어보고 오라고.

어흑 괜히 신청했다-_- 알고리즘은 LRU로 머릿 속에서 밀려나간지 좀 된 거 같고
교과서도 없거니와 볼 시간도 없음. 나도 나름 바쁜 몸이라오. 무엇보다도 구글님아
이거 잘 본다고 받아줄 것도 아니잖아 웰케 빡빡하게 구는겨.. ;ㅁ;

알빈도 똑같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회사 일 하느라 따로 뭐 볼 시간도 없고 그냥
경험삼아 가야지- 하는 말에
"블라블라 블라블라 아 진짜 솔직히 취업인터뷰도 아니면서 너무 빡센거 아니냐"
"..그 말 들으니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다 까먹었는데-_-"

월요일은 무슨 회사에선가 카이스트 교환학생들 초청해서는 점심 주면서 회사
구경시켜준다 했고. (말이 점심이지 영어수업으로 쌈박하게 마무리하고나면 하루가
다 가게 생겼음) 화요일은 알마다 다른 회사들 인터뷰 네 개 잡혀있고. 그리고
수요일이라?
아니 것보다도 나 여기서 일할 것도 아닌데 왜 다 회사 어쩌고인거야.. -_- 괜히
이것저것 승낙해놨더니 골치만 아프다. 우욱...

어쩌겠소 내가 판 무덤인 것을.;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6일 (목) 05시 04분 55초
제 목: 공짜 점심

월요일. 아틀라스 코프코라는 회사에서 점심을 대접한다고 해서 카이스트
교환학생들이랑 같이 갔다. 일본 학생들이랑 한국 학생들만 초대했던 모양이었다.

중장비랑 공구들 만드는 회사인데, 그들이 얼마나 세계적인 기업인지.. 얼마나
세계적인 비즈니스를 뛸 수 있는 사람들을 원하고 있는지.. 등을 듣고 왔다.
'글로벌 기업'에 솔깃할 참이었으나 분야가 워낙 다르니 사실 지루하기만;;

점심은 뭐 평범했고 실내는 코트를 벗고 있었더니 추워 죽을뻔했다.
사무실도 쭉 둘러봤는데 엔지니어들 쪽은 초특급 지저분하고 사업 쪽은 깔끔.
어딜 가나 마찬가지지. ㅎㅎ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6일 (목) 06시 49분 20초
제 목: 인터뷰

어제오늘 알마다에 가서 네 개의 인터뷰를 봤다. 알빈이 '뭐 그냥 가볍게 찔러볼 만
하다'라고 하길래 룰루랄라 지원을 남발한 것이 화근이었다. ㅠㅠ 그치만
누가 그거 다 가게 될 줄 알았나 그래도 그 중에 몇 개는 떨어질 줄 알았지..;;
전날 밤 정말 전화해서 취소라도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알빈을 비롯한 주최측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여 결국 강행. 결론은, 뭐, 나름 유익했다!

첫째 날 13:30~14:00. 오페라 소프트웨어.
생애 첫 영어인터뷰(?)라 나름 긴장할 만 했으나 몹시 친절한 인상에 미소를 잃지
않는 면접관 덕분에 분위기는 시종 부드러웠다. 우리 회사에 대해 뭘 아냐고 묻길래
회사생활 시절(?) 본 무슨 통계자료 얘기를 하면서 여러 방면을 종합해 볼 때
오페라가 퍼포먼스 면에서 가장 우수하더라는 얘기를 했더니 몹시 좋아했다. 동아리
얘기 회사 얘기 신나게 하고 나오면서는 내가 좀 쓸데없이 수다스러웠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_-

첫째 날 14:00~14:30. 스웨덴은행.
면접관이 아파서 취소됐다길래 쾌재를 불렀다. 사실 가장 하기 싫은 면접이었으므로;
내가 무슨 생각으로 클릭했던걸까-_-

첫째 날 15:30~16:00. DICE.
배틀필트라는 게임 만든 회사라는데 난 모르겠다. 바로 전 인터뷰에서는 내
이력서랑 커버레터 미리 다 꼼꼼히 읽어보고 질문도 미리 준비했던데 이 면접관은
출력도 안 해 온 데다가 거기 다 써 놓은 것을 자꾸 물어서 좀 성의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면접관을 평가하고 있다;;) 나도 이 회사에 대해 겨우 홈페이지 훑어본
정도밖에 몰랐으니 피차 일반인가. 나도 게임 관심없고 면접관도 개발에 관심
없어서 20분만에 얘기 끝내고 같이 부스로 구경갔다.;;

둘째 날 10:00~12:00. 구글.
이 행사의 인터뷰들은 인터넷으로 등록을 했어도 시작 15분 전에 로비에서 재등록을
해야 한다. 로비에서 '구글'을 찾았더니 스태프들의 달라지는 눈빛. 홍홍홍
(그러타 구글이란 말이다! 만나는 것으로도 영광일지니) 면접은 2시간동안 진행됐다.

내 생에 첫 유러피안 구글맨과의 대면이구나 희희낙락 기다렸는데 첫 면접관이 7분
정도 늦었다. 인상좋은 아저씨. "긴장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자, 맘 편히 가져요"
뭘 물어봤나 쓰는 건 너무 귀찮다. ;ㅁ; 하여튼 몇 가지 문제를 주고 그걸 칠판에
코딩하게 하는 거다. 이력서에 C를 주로 썼다고 했던데 그럼 C로 하라고 하면서.
그리고 실수가 있으면 '뭔가 빠뜨린 게 있네요'라고 지적해주고, 그래도 못 찾을 땐
힌트를 주고 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과정을 계속 말로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초반에 미리 얘기하더라. 가장 최악의 케이스는 혼자서 한참 생각한 다음에 답을
우르르륵 적는 거라고. 사실 이 정도는 10분짜리 구글링으로 다 알고 간 건데 재차
확인을 한 셈이다. 여튼 그래서 계속 쫑알쫑알 하면서 열심히 칠판에 풀었고,
구글맨 그걸 타이핑해서 무슨 채점기 프로그램 돌리더니 오케이란다. 분위기 매우
좋았고, 마지막엔 내가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다는 말을 했다.

두 번째 구글우먼. 무뚝뚝한 얼굴에 표정도 별로 없고 말투도 무뚝뚝했다.;;
이력서의 상세 내용들에 대해 묻길래 어차피 시간도 많으니 상세하게 설명해야지
싶어서 열심히 말하고 있었는데.. 계속 뚝뚝 자르길래 그걸 깨닫고부터는 나도
단답형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성적표 보면서 무슨 과목이 흥미로웠냐 물었고,
최근에 A+ 받은 과목들을 유심히 보는 듯 했다. 간단한 확률 문제라면서 물은 것이
반지름 1인 원이 있는데 여기서 랜덤 포인트를 어떻게 유니폼하게 뽑을 거냐.
극좌표계로 잡고 찍는 방법을 먼저 말하고, 직교좌표계로 잡고 찍는 방법을 나중에
말했는데 내 반응이 재밌다고 했다. 보통 수학을 공부한 사람들은 극좌표계를 먼저
말하고, CS를 공부한 사람들은 직교좌표계를 먼저 말한다면서.
그리고 또 이어진 코딩 문제. C로 한다고 하니까 아규먼트를 정해줬다. 칠판에
코딩하고 디버깅하고 메모리사용량 계산하고 하다보니 나중엔 어쩐지 둘 다 지친
분위기가 되었다. "다시 계산해보면 이거 같네요" "봅시다 생각 좀 해 보고..(침묵)"
한동안 코딩을 안 했더니 사소한 것들이 헷갈려서 좀 난감했다.

일을 하게 되면 어디서 하고 싶냐 영국 스위스 미국? 하길래 미국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생각했다 아 정말 나 개념없이 잘도 지원서들 밀어넣었구나 크하하; 나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회사들이랑 허심탄회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진짜로 제대로 잡 인터뷰들이었던 거다.
-_- 이런 어이없는 사람은 세상에 나밖에 없겠지;; 그래도 뭐 이렇게 진짜로
부담없이 인터뷰 봐 볼 기회가 어디있겠나, 좋은 연습이었지 생각하기로 했다.;

둘째 날 14:15~14:25. 유로링 AB.
이건 알마다 참가 회사는 아니고, 알빈이 내 이름 떨궜다던 바로 그 검색솔루션
회사. 관심있으면 전화를 좀 달라고 메일이 왔길래 고민하다가 (관심은 없었으나
역시 친구에게 룰루랄라 승낙한 나의 업보로) 막간을 이용해 CEO아저씨한테 전화를
했다. 스웨덴에 얼마나 머물거냐, 하길래 비자가 곧 만료된다고 했더니 난색을
표했다. 자기네는 지금 롱텀 프로젝트를 구상중이라고. 그래서 몹시 반가웠다 사실;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 당장 일할 생각은 없는지라.

둘째 날 15:00~15:30. 패스트 서치 & 트랜스퍼 ASA.
이 인터뷰 하기 전에 부스에 가서 거기 앉아있는 아저씨를 한 삼십 분은 괴롭힌 것
같다;; 데모를 보여달라. 뉴스를 수집하는데 템플릿 같은걸 쓰냐 그냥 인식을 하냐.
이 데이터들 손으로 가공한거냐. 글로벌 서치는 안하냐. 등등.. 처음듣는
회사였는데 의외로 큰 규모에 놀랐다.
면접관 아저씨는 세일즈맨이었다. 내가 그쪽 솔루션들 구경한 거 몇 개 언급을
하니까는 또 몹시 기뻐하며 나에게 판촉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들의 마켓은
구글의 마켓과는 전혀 다르며, 유럽에서 3대 검색 솔루션 중의 하나라고 했다.
자기네 CEO가 정말로 멋진 사람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도 하고.. 한참
신나서 얘기하다가는 문득 생각난듯이 "아, 이제 당신 자신의 얘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혹시 인턴쉽 같은 걸로 비자 연장 되냐고 그냥 괜히 한 번 물었더니,
최소 두 달 이상 일할 수 있다고만 하면 정규직 채용이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비자
같은 것도 물론 해 준다고 했다. 단-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내 스톡홀름의 추위에
질렸는데 오슬로를 갈까보냐!!


이상 목적도 없고 실속도 없지만 나름대로 경험/추억(?)이 된 인터뷰 후기 끝.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8일 (토) 06시 04분 00초
제 목: 귀환 준비

참 세월 빠르다. 이제 또 귀환을 준비할 시기가 왔다.

귀국은 1월에 할 예정.
비행기표 알아보고, 내년 수강 계획 대략 짜고, 기숙사 같은 것도 슬슬 생각하고,
그리고 돌아갈 마음의 준비도 하고 그러고 있다.

기숙사 랜덤 신청 해야된다 꾸윽.
아름관 쓸까 신축 쓸까.. 근데 신축 에어콘 이상하게 틀어댄다고 해서 겁나는데;;

돌아가면 다들 저랑 술이나 하자구요. ㅎㅎㅎ (아놔 근데 그 소설 신경쓰여;;)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18일 (토) 06시 53분 07초
제 목: 프리뷰 티켓 득템!

<미스 포터> 영국 프리뷰 티켓 득템했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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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Mirae Seo

CONGRATULATIONS!

We are delighted to confirm that you have won 2 tickets for the following
preview screening of MISS POTTER

Odeon, Covent Garden, London
Date: 18/12/06
Time: 06: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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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에 런던 도착할 예정이니 날짜도 딱이시고~!!

유안씨의 실물을 볼 수 있는 프리미어는 12월 3일이라 입맛만 다셔야겠다.
나중에 뮤지컬 하라니까.. 한국에서부터 날라갈테니..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20일 (월) 03시 32분 52초
제 목: 아주 오래된 연인들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 서로의 일과를 묻곤 하지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 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은 아니야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싫증은 이젠 없을 거야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지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핑계를 찾으려 할 때도 있지

처음에 만난 그 느낌 그 설레임을 찾는다면
우리가 느낀 싫증은 이젠 없는 거야

- 공일오비, 아주 오래된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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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 1분이 지나도록 가사가 나오지 않아 그 당시 방송국에서 싫어했다던가.
(진짠진 모르겠다 별밤에서 들은 얘긴데.. 적군이 그냥 농담한 걸수도 있고;;)

기분좋은 90년대 냄새에 빠져 있다.
선구적인 음악이었니 어쩌니 해도 지금 들으면 90년대 음악인 걸 뭐. 크크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20일 (월) 04시 50분 16초
제 목: Borat

스웨덴 영화관이란 게 궁금하던 차에 유레의 제안으로 앗싸리 영화를 보러 갔다.

역시 비싸구나.. 싶었고. 가장 싼 게 130크로나 정도. 만칠천원? 흐엑.
(근데 잠깐.. 인제보니 내 티켓 왜 85크로나야? 학생할인은 없던데 설마...?)
영화마다 가격이 다른 것에 조금 어이가 없었고.
(심하게는 만 원 이상 차이난다)
제레미 아이언스옹이 무슨 판타지영화 비슷한 포스터에 나온 걸 보고 기겁했고.
티켓에 적힌 영화 시작시간으로부터 15분을 광고로 꼬박 채우는 걸 보고 '으힛
우리나라는 저거 없앤지 오래됐는데' 라는 생각도 하고.

유안씨 나온다는 스톰브레이커 볼까 하다가 5분도 채 안 나오고 죽어버린다기에(;)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한 미국 풍자 코미디'라는 을 봤는데 매우 만족!
그 영국 배우 정말 천연덕스럽게 카자흐스탄식 영어를 하면서 계속 웃겨대더라.
그리고 더욱 맘에 들었던 건 관객들이 웃음에 인색하지 않았다는 점. 두 남자가
벌거벗고 싸우고 뒹굴고 호텔 로비까지 뛰어다니는 난감한 장면이 지속되는 동안
사람들은 꺽꺽거리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성적인 농담이 좀 많았는데 기냥 뭐
다들 재밌어만 하더라. 나? 분위기에 동화되어 아줌마처럼 웃어제끼고 있었음-_-

우리 나라에서 개봉하면 반응이 어떨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의외로 인기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극장 나서면서 남자친구한테 '어머 완전 저질 영화야'라고 속닥이는
여자들이 대다수일 수도 있고. 그렇지만 정말정말 웃기니까 혹 개봉하면 강추.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년 11월 20일 (월) 04시 50분 54초
제 목: 엘튼 존

프랑스 친구가 자기네 코리도에 초대를 해서 갔었다. 그냥 'gathering'이라고만
해서 디넌지 술파틴지도 모르고 그냥 대충 허기 때우고 맥주 들고 찾아갔음.

이 친구는 음.. 이름을 말할 수 없다. 열 번쯤 시도했는데 발음을 못 하겠다.;;
그냥 '길'이라고 해 두자. 하여튼 부모님이 베트남 사람이라, 외모만 봐서는 그냥
아시안인 줄 아는데 어찌됐건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프랑스인이다.

길이랑. 캐나다에서 9년 전에 프랑스로 이민왔다는 여학생이랑. 또다른 프랑스
여학생이랑. 독일 여학생이랑. 나랑. 나중에 보니 우리만 테이블에 앉아 있고,
가난한 옷을 입은; 스웨덴 언니야들이랑 오빠야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다들 일어서서
돌아댕기고 있더라. 크. 테이블에 앉은 우리들은 뭔가 화제를 찾다 찾다 한계를
느끼다가.. 길의 방에 있는 키보드를 떠올리고는 좋아라하고 우르르 일어났다.;;

길이 맨 처음 친 곡이 The phantom of the opera여서 꺄악했음. 그냥 취미로 치는
거라고 했고 실제로 실력도 그냥 취미 수준인 것 같았지만 그냥 듣기에 괜찮았다.
밖에선 요란한 댄스음악이 왕왕거리는데, 우리는 여학생 넷이서 침대에 나란히 다리
펴고 앉아서 악보 보면서 엘튼 존을 열창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웃기네. 으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