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8. 4. 29. 06:07

취리히에 정착중

순식간에 한 달이 지나갔네요 허걱. 취리히에서 무사히 잘 살아가는 중입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잘 설명했다고 소문이 날지 몰라 미루다보니 더 많은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_-; 그냥 마음을 비우고 쪼잘쪼잘한 자랑질로 시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냐하

1. 회사 너무 좋아요!!! +_+

벌써 두 달째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계속 누글러 모자 눌러쓰고 천진난만하게 살고 싶었는데 한 달 지나면 더 이상 누글러가 아니라나요.. 크음. 몇 백명에 달하는 사람들 중에서 슬슬 낯익은 얼굴이 늘어가고, 대화 중에 난무하는 약어들도 점차 귀에 익어가고, 오피스에서 길 잃어버리는 빈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피스가 와방 멋있어요!!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참조..
- 구글 취리히 새 오피스 사진
- 구글 취리히 예전 오피스 동영상
낮잠과 간식을 즐기는 저에게 정말 천국같은 곳이어요. 크크

하루 세 끼 식사가 카페테리아에서 제공됩니다! 물론 구글리합니다(=공짜). 최소 세 가지 이상의 메인 요리에 디저트도 종류별로 있습니다. 덕분에 칼질하는 솜씨가 좀 늘었습니다. ㅋㅋ 세상에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요.. 어머니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한국음식 생각이 별로 안 납니다. ^^;;

저는 mapsearch 팀에서 일하고 있고요. http://maps.google.com/ 에서 보시는 바로 그 서비스입니다. 원래 Google Earth를 무진장 좋아했었는데 하루종일 오피스에서 지도 들여다보는게 일이 되어서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2. 집을 구했습니다!

취리히에서 집 구하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열다섯군데 정도 둘러보고도 아직도 못 구했다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려요. 다행히도 저는 다섯 군데를 둘러보고 집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앗싸. 뭐 제 사이즈에 맞게 방 한 칸짜리 자그마한 아파트고요, 중요한 건 '온돌난방에 남향집'.. 으흐흐

이케아에서 가구 사서 직접 *운반하고* 직접 *조립하느라* 손목에 부상을 입을 뻔 했습니다.; 독립이라는 것이 참 쉬운 것이 아니예요... -_-a

3. 독일어를 진짜로 써 먹고 있습니다;;;

오기 전에 학교에서 들은 독일어 수업에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매우 초보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지대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영어를 전혀 못 하는 상점 직원들, 택시 기사, 심지어길을 물어오는 행인까지.. -_- (아니 제가 벌써 현지인처럼 보이는걸까요) 독일어를 전혀 못했으면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손발 동원해서 땀 삐질삐질 버벅거리면서 어쨌든 이것저것 물건도 사고 길도 찾고 가르쳐 주기도 하고-_- 있습니다.

회사에는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다 있기 때문에 당연히 영어를 사용합니다만, 회사에서 제공되는 독일어 수업도 있고 대부분 유럽 출신들이라 독일어를 곧잘 합니다. 오피스가 스위스처럼 다언어 국가에 있는 것이 의외로 강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여러(최소 3개의) 언어를 고려하게 되고, 그냥 주변에서 비영어권의 예제를 찾을 수가 있습니다.. (특히 저는 mapsearch팀에 있다보니) 다양한 언어에 대한 이해가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유럽이라는 특이점이 있는 거겠지만, 하여튼 자기 모국어 + 영어는 기본 + 독일어나 스페인어나 프랑스어나 기타 유럽어 + 일본어나 중국어 + 아랍어 + ... 뭐 이 정도 구사하는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며 + 회사에서 일할 때의 영어 + 생존을 위한 독일어/일본어 + 그 나라 사람을 만났을 때 친밀한 대화의 시작을 위한(-_-) 몇 단어의 스웨덴어/슬로베니아어/필리핀어 정도를 할 줄 압니다.
-_-;;;;;; 종류만 많습니다. ㅋㅋ 그런데 이런 허접한 정도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언어는 참 심심하면 배우고 볼 일입니다.

4. 취리히에 적응중

정말 그림처럼 예쁜 도시입니다. 아직도 '우아 내가 이런 곳에 살고 있구나' 놀라고 있습니다. ㅋㅋ 트램이 특히 맘에 들어요. 계단 오르락내리락 안해도 되고 멀미도 안 나고 시간도 딱딱 맞춰 오고. 사실 뒤집어말하면 100미터 후방부터 숨을 몰아쉬며 뛰어와도 기사아저씨는 안 기다려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바로 오늘 저녁이었어요 흑. 매정한 사람들 같으니)

또한 살인적인 물가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가격을 보고 도대체 뭐든 사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감자 2킬로를 사다놓고 구워먹고 삶아먹고 볶아먹다가... -_- 슬슬 물가에 적응이 되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그리하여 발전한 것이 뭐, 그래봤자 파스타... ㅋㅋㅋ 지난 주말에는 weissburst(하얀 소세지) 삶아 먹었습니다. 아 맛나요 히히

아직도 보험이니 이주비용 청구니 신경쓸게 너무 많네요... 아직까지 주말에는 주로 살림 장만용 쇼핑(=허리가 휠 정도로 무거운 무언가를 나르는 막노동)이나 대청소 가구 조립 등등의 가사노동-_-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틈을 타서 가끔은 구글러 친구들(?)이랑 영화도 보러가고, 소풍도 다니는 등 사교적인 활동을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 이쯤 얘기하면 왜 포스팅이 뜸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시리라.. ㅋㅋ


아참 혹시 트위터 하시는 분 계시면 서로서로 follow합시다. ㅋㅋ 이게 사실 핸드폰 문자로 착착 받아볼 수 있어야 쿨한건데 아직 한국에서는 지원이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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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저는 잘 살고 있어요! ^^ 다들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