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너머 | Posted by Mirae 2004. 9. 9. 23:00

롤러코스터를 타라?

송준화 교수님의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위한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 아키텍춰' 강연을 듣고 왔다.
전산과 비전공인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라서, 그다지 기술적인 내용은 없었다. 인터넷을 1세대와 2세대로 나누어 보는 관점이 조금 독특했는데, 그리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다. 지난 겨울방학때 서점에서 선 채로 읽었던 유비쿼터스 관련 서적들이나, 스팍스에서 들었던 세미나(Blog와 RSS) 등을 통해, '이제는 사용자가 정보를 요청하는 형태가 아니라, 컴퓨터가 알아서 사용자의 기호와 관심을 분석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가 보편화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접해왔으니.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것은... 오늘의 새로운 것이 내일이면 상식이 되고, 내일모레에는 그 분야가 망하게 된다고... -_-; 그러니까 언제 사장되어버릴지 모르는 기술들에 집착하고 있지 말고 혜안을 기르라는 말씀이셨다. 그리고 이어진 '인터넷 시대의 학습과 공부법'. 마음에 와닿았던 페이지 몇 개를 후다닥 적어왔다.

학생들이 걱정하는 것들
1. 공부할게 너무 많아!
2. 남들이 너무 잘해!
3.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난 내일이면 망할지도 몰라!)

이 부분에서 많은 학생들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니까. 그럼 문제제기만 할게 아니라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전문지식? 혹은 상식?
technique? or concept?
습득? 혹은 표현?
reading? or writing?
집중? 혹은 경험?
분석? 혹은 종합?

이에 대한 교수님의 말씀을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면 이렇다.
현재의 우리들이 얽매여있는, 성적에 관련되는 것들 - 지식, 기술, 이것들을 습득하고, 시험을 위해 집중해서 외우고 하는 것들... 이런 것들 보다도,
내 옆의 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나?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나? 내 여자친구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아할까? 이런 것들을 잘 파악하는 능력 -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더 유리하다.
집중해서 하는 공부는 시험때나 하지 않느냐,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그런 지식은 기억에 남아있지도 않는다. 경험이라는 것은 조금 달라서, 생활속에서 슬렁슬렁 얻어지는 것이면서도 단기간에 집중해서 하는 공부보다도 더 많은 도움이 되고 또 더 오래도록 기억된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그것 때문에 역시나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 이것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타면 어지럽고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긴 하지만, 안 탈 수는 없는 거 아니겠느냐. 이왕 탈거면 좀더 빨리 타서 적응해야 되지 않겠느냐.
앞으로 인터넷이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렇지만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다 나온 다음에 시작하면 늦은 것이고, 어떻게 될지 시나리오를 미리 다 짜둬야 한다. 여러분이 할 몫은 열심히 상상하는 일이다. 그냥 상상한 걸 쓰기만 하면 논문이 되고 여러분은 졸업을 할 수 있다. (^^;;;;;)

으흠. 교수님은 그냥 다짜고짜 롤러코스터를 타라고 하신다.
일찍 타서 빨리 적응하면 더 좋은거라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비는 갖추고 타야하지 않을까?
아니, 너무 머뭇거리다가 늦게 타면 그만큼 더 늦어지는 건가?

이 문제는 결국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기본기를 다지는 것인가, 혹은 사고를 정형화된 틀에 맞추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닮은꼴인것 같다.
전자가 맞다면 역시, 이런 생각할 시간에 빨리 책 펴고 줄 긋고 있어야 할테고. ㅎㅎ
후자가 맞다면, 공부보다는 한눈을 파는데 더 열심이어야겠지. 아님 빌게이츠처럼 학교 때려치든가. ^^;;

송준화 교수님 뿐만이 아니고 김진수 교수님도 은근히 후자를 강조하시는데 -_-; 지난 봄 한 학기동안 고민해보고 내린 나의 결론은 전자 에 가깝다.
무언가 새로운 걸 시도해보고자 할 때 필요한 기본기라는게 과연 어느 정도의 수준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 나는 그 기본기를 다 갖추지 못한 것 같다.
강연을 듣고 나오면서 탁은오빠가 그랬다. "뭘 알아야 상상도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