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너머 | Posted by Mirae 2004. 5. 19. 15:54

전산학과 여학생

어제 연습 끝나고 SP조교아저씨랑 같이 오면서[?] 얘기를 하다가...
공부나 숙제하는 시간 말고 다른 때에 뭘 하냐고 묻길래
"아 요즘 시그윈에다가 Eterm 붙이고 있어요^_^"라고 말해줬더니
전형적인 전산과 여학생이란다. -_-

전산과 여학생들은 데비안 리눅스를 깔면서 논다는 얘길 하면서 웃더라.
근데 실제로 나는 매일같이 데비안 만지작거리면서 놀고 있다.;;;
뭐 잘못된거 있나? -_-

미치지 않고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지?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고 딴짓하고 곁눈질하면서 어떻게?
알고 싶은 것들이, 미지의 세계가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 있는데
어떻게 그 외의 것들을 기웃거릴 마음이 생기지?

전에 이승섭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었다.
"의대생들을 부러워하지 말고... 그사람들이 공부하는 만큼 열심히 해봐라.
그러면 그사람들 못지않게 돈 많이 벌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돈? 돈 때문에 죽어라고 공부하는 건 물론 아니다.
성공? 이것 역시 애매하지만,
내가 택한 길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난 나의 모든 것을 걸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전에 어느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도 있지.
"놀러다니고 그런 것들... 나중에 다 추억이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기억에 남는 것, 생각할때마다 뿌듯한 추억은...
열심히 공부했던 순간순간들이다."

지나고보면 그렇다.
과학 경시... 정보 경시...
그런 것들의 준비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동안만큼은 꿈에서도 그 생각만 했다.
그때의 열정은 이후에 돌아볼 때마다 나를 일으켜준 원동력이었다.

지금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하는건, 일종의 사치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당연히 공부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거지만... 분명히 때를 놓치면 나중에
후회할 만한 것들이 세상엔 있는 법이다.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에 보면 사람들을 몇 가지의 부류로 나눈다.
지금 그 책이 없는 고로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생계를 위한 직업과 여가 생활이 분리되어 있는 사람. 즉, 삶의 기쁨과 활력소를
여가 생활에서만 찾는 사람.
그리고 직업에서 하는 일 그 자체가 삶의 목표이자 즐거움인 사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자라고 책은 언급하고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고등의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후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물론, 내가 후자가 되길 바란다.
지금은 좋아하는 문학도 거의 안 읽고, 사진도 안 찍고, 음악도 거의 듣지 않지만
삶이 건조하다거나 지겹다거나 지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의욕에 넘치고 즐겁다.
잔뜩 일을 벌여놓고 매달리고 책과 문서들을 읽어대는건, '재미있으니까'.
성취감의 달콤함을 자꾸 맛보고 나면 다른 것들은 시시하게 느껴지니까.

아 물론... 지금 벌여놓은 일들이 조금 마무리가 되고, 시험도 치르고 나면
'감성충전'도 해 줄 필요가 있겠지만 말야.
특히 '유머감각'의 충전이 절실히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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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 Mirae
http://recursion.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