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 | Posted by Mirae 2004. 7. 22. 16:21

녹아버릴 듯한 여름, 카이스트

장마도 끝나고 이제 폭염이 쏟아부을 날만 남았다. 녹아내릴 것처럼 더운 날씨다. 에어컨이 도는 도서관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든다. 나는 노트북과 지갑만 달랑 챙겨 가방에 넣고 오늘도 도서관에 출근부를 찍는다. 여기는 카이스트 교양분관 109호, 스팍스 동아리방.
사람들이 자기 생활리듬에 따라 아무 시간이고 교대로 나타나, 동방의 에어컨은 24시간 쉴 새가 없다. 수십 대의 컴퓨터들이 팬을 돌리며 가벼운 소음을 낸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에 간간히 섞이는 사람들의 목소리. 이곳에 있으면 시간이 얼마쯤 되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자던 사람도 깰 정도의 천둥 번개가 치지 않는 이상 밖에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도 잘 알 수 없다. 녹아버릴 듯한 여름은 어느덧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고, 흐느적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은 더이상 이 곳의 이야기가 아니다. 눈앞의 화면에 몰입해 들어가면 그곳엔 작지만 확실한 세계가 있다. 그 세계 안에서라면 자유롭게 헤엄쳐 다닐 수 있다.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도 있다. 어쩌면 절대군주가 될 수도 있다. 꿈은 어디서든 꿀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의 이 은둔처가 더욱 매력적인 것은, 그 세계로 가는 길에 기꺼이 함께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
오아시스같은 은둔처, 스팍스 동방에서 꾸는 꿈. 근사할 것 같지 않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