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4. 8. 18. 17:58

잊어버리기

며칠 전까지도, 무엇 때문에 내가 아직도 그 사람을 원망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질투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혼자서 결론지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우습다고 여겼다. 그러면서도 질투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곤혹스러워 했다. 그런데 이제 알 것 같다. 그런 단순하고 유치한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내가 그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어쩌면 지금까지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던 것... 그것에 대해 그가 잊어버린 것인지, 혹은 그건 한때의 착각이었다고 자조섞인 웃음으로 넘겨버린 것인지, 나는 그게 궁금했던 것이다. 만약 그게 착각이었다고 한다면... 마음 속 깊이 서로를 신뢰했던, 가만히 공감했던, 내 인생 중의 2년 반의 시간 또한, 전부 착각이었고 거짓이었던 게 되니까.
그래, 그래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던 거다.

'그때 마지막으로 했던 말... 진심이었어요? 아직도 믿고 있나요?'
이제야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너무 늦었다는 걸 안다.
꼭 했어야 했을,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묻어야 할, 그런 말도 세상엔 있다.

그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든, 짐짓 둘러대는 말이든, 아니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건 빤한 도덕 시험문제 같은 것이다.
나는?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그런 시간이 존재했다는 것도,
그런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