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4. 10. 26. 04:04

다짐

99년도에 PC통신의 어느 동호회에 썼던, 김동률의 '시작'이라는 노래를 듣고 쓴 감상문.

서미래 (자유연상)
[다짐] 시작. 1999-09-21 17:30 31 line

-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
그 반짝임은 너무도 따스하다.
아직 나른함이 남아있는 방에
가득히, 서늘한 아침 공기를 채운다. -

매일의 아침이 그런 풍경이었으면 좋겠다.
억지로 눈을 떠서 서둘러 아침을 먹고 교복을 입고
시린 공기 속에서 정류장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나의 아침은 차라리, 두렵다.

그런 아침이 그리울때 이 노래가 생각난다.
이 따스한 선율 속에서는,
서늘하고 맑은 아침 공기가 느껴진다.
투명하면서도 결코 차갑지 않은, 서늘한 공기.
내가 그리는 아침의 감촉이다.

지금 나에게, 현재 시각은 언제나 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밤은 더 짙어져 갈테고
타인, 혹은 나 자신과의 갈등은 끊이지 않겠지만
어둠 속에서도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언젠가 동이 터 올 때
후회없는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자꾸 지쳐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힘들었던 매일에 대한 대가는
거울에 비친, 눈부시게 자유로운 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거라 믿으니까.


자유연상.

지나간 시절은 늘 평화롭게 보이는 법이지만 그 시절의 흔적을 유심히 살펴보면 결코 만만한 시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리다고 해서 그의 인생의 무게가 가벼운 건 아니니... 그렇지만 5년이 지난 나의 글을 돌아보니 조금은 안쓰럽다. 무엇이 중학교 3학년 소녀에게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을까.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5년 전의 나를 빛나게 했던 이상, 그 치열함은 어디로 간 걸까. 어느새부턴가 꿈에 맞추어 발돋움하기보다는 자꾸만 움츠러드는 나를 보며... 이래선 안되겠다. 정신이 번쩍 든다.

사람들이 현실이라고 말하는 것. 그걸 받아들임으로써 그는 바로 그 현실로 풍덩 빠지게 되는 것이다. 넓은 세계 속에 살아도 그것을 넓은 것이라 인식하지 못하면 그는 영원히 좁은 세계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꿈을 꾸어야 한다. 꿈꾸다가 굶어죽는다고?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네가 아직 현실을 몰라서 그러는데...'라고 거드름 피우는 사람들은 더이상 믿고 싶지 않다. 난 그런 시시한 현실 속에 파묻히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다. 굶어죽기 전까지는 계속 꿈을 꿀거다. 꿈꾸는 이에게 미래가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