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 | Posted by Mirae 2005. 3. 22. 02:01

쉬고 싶다

말, 거창하게는 ‘음성 언어’라고 부르는 이것은, 정말 대단히 체력을 소모하는 일인 것 같다. 나름대로 소싯 적부터 성량[?]에 자신이 있었고 매일같이 몇 시간씩 수다를 떨어도 지치지 않았던 중고등학교 시절도 있었건만. 요즘은 동아리 회의 한 두 개 하고 나면 진이 쏙 빠지곤 한다.
전반적으로 기력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 원래 잔병치레 많은 몸이긴 했지만 요즘은 스스로 적신호를 느낄 정도로 심각한 상태. 몸은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별로 없는 것 같고... 지난 주말엔 링겔도 맞고 왔구나. 지어놓은 약이 점점 종류가 많아져서 이젠 끼니 때마다 무슨 약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다-_-; 아이고.

이번 겨울방학 때 정말 너무 무리했나보다. 그 당시에도 무리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강행했었다. 쉬어야하는데, 쉬어야하는데, 생각하면서도 남겨진 일을 생각하면 쉴 수가 없었다. 결국 목표에 어느 정도 근접한 결과물을 얻기는 했지만...
조금은 속상하다. 그냥 그것의 완성 자체만을 바라보고 달렸던 건 사실이지만, 막상 막이 오르고 나니... 완성의 뿌듯함, 만족과 보람도 있지만 쉽게 회복될 수 없는 내 건강을 해친 것이 못내 속상하다. 그렇게 건강을 해칠 정도로 몸사리지 않고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어서 더 속상하다. 인간은 원래 고매한 목표를 좋아한다지만 뒤집어보면 그런 게 전부는 아니다.

쓰고 몇 번을 고쳐도 왠지 내 좁은 그릇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 부끄럽다. 알아주는 이 없이 외롭게 일하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많던가.
그렇지, 난 쉬어야 하는 거다. 마음은 앞서가는데 몸이 따라오지 못해서 마음까지 지친거다. 사실 나는 많은 것을 얻었으니 감사해야 할텐데, 모든 걸 포용하기엔 내가 지금 너무 지쳐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