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 과목 숙제로 쓴 연애편지. 고백을 하든지 거절을 하든지 둘 중 하나로 잡고 쓰라는 조건이었어요. 음, 그래서 픽션입니다.
사실 지난번에 올린 recursion도 나름대로 소설인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 (너무 짧았나)
뭐, 그냥 즐겨주세요. ^^
사실 지난번에 올린 recursion도 나름대로 소설인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 (너무 짧았나)
뭐, 그냥 즐겨주세요. ^^
Target 설정
(이 이런게 왜 있냐고 물으신다면;; 숙제였기 때문에-_-)
(그리고 이 설정에서 어떻게 저런 이야기가 나오냐!라고 물으신다면; 이 설정을 쓰고 나서 편지 내용은 일주일 뒤에 썼기 때문이라고..;;)
1. Purpose
글 쓰는 목적: 나는 그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없음을 report하고, 우리가 왜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없는지를 explain하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고 persuade한다.
thesis: 우리는 맺어질 수 없다. 부디 날 잊어달라.
2. 독자 분석
분포: 성별:남. 연령: 18. 직업: 고등학생
선호도: 연애 경험 없음
지식 수준: 일반적인 고등학생
읽는 목적: 고백에 대한 반응 확인
환경: 정상
(이 이런게 왜 있냐고 물으신다면;; 숙제였기 때문에-_-)
(그리고 이 설정에서 어떻게 저런 이야기가 나오냐!라고 물으신다면; 이 설정을 쓰고 나서 편지 내용은 일주일 뒤에 썼기 때문이라고..;;)
1. Purpose
글 쓰는 목적: 나는 그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없음을 report하고, 우리가 왜 어울리는 한 쌍이 될 수 없는지를 explain하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고 persuade한다.
thesis: 우리는 맺어질 수 없다. 부디 날 잊어달라.
2. 독자 분석
분포: 성별:남. 연령: 18. 직업: 고등학생
선호도: 연애 경험 없음
지식 수준: 일반적인 고등학생
읽는 목적: 고백에 대한 반응 확인
환경: 정상
XX에게
오늘은 창 밖의 나무들이 제법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어. 며칠 째 구질구질 내리던 비만큼이나 가라앉아 있었던 기분도 조금 풀리는 것 같고. 그래, 그래서 이제서야 컴퓨터 앞에 앉은 거야. 어떤 형태로든 네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는 해야겠고, 그렇지만 전화로는 도무지 이 이야기를 모두 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대답이 너무 늦어진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사실 고민스럽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내 말을 납득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지?
그날도 난 예의 그 카페에 앉아 있었어. 그래, 너도 기억할테지. 사람들이 퍽이나 많이 지나다니는 좋은 목에 자리잡고서도 형편없는 커피맛 때문에 정작 손님은 별로 없던 그 카페. 나른한 봄이 시작되던 그 무렵에 내가 즐겼던 사치는,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그 카페로 달려가 가장 싼 커피를 시켜놓고 창가 자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였어. 그게 언제부터 붙은 취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 걸음걸이나, 몸짓, 표정 같은 걸 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해 보는 게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렸거든. 사람들은 말이 아닌 다른 요소들로도 자신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표현하곤 해. 가끔은, 걸음걸이와 손동작만으로 숨이 멎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 저 사람 어쩐지 나랑 잘 통할 것 같아, 말을 걸어본다면 우린 금세 가까워질텐데,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우린 틀림없이 서로가 너무나 잘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될거야,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에 그 사람은 항상,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곤 하지.
그래 지금까지 딱 한 번의 예외가 있었지. 굳이 누구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거야.
우린 닮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트 버틀러가 스칼렛 오하라에게 했던 말도 이거였는데. 우린 지독하게 닮았다구. 널 보고 있으면 꼭, 글쎄, 내가 너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널 보고 있으면 꼭, 18살의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고. 18살의 나는 그런 녀석이었어. 사람들 앞에선 비틀거리는 걸음을 감추려 애쓰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튼튼한 어깨를 빌려주길 간절히 기다리는 녀석, 그러면서도 제가 수긍할 만큼, 제가 압도당할 만큼 강인한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기대려 하지 않는, 쓸데없는 자존심만 꼬장꼬장한 녀석. 무너지는 자신을 마음껏 비웃고 상처내는 것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 녀석. 참 보고 있자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녀석 아니겠어? 미워하다니, 나는 그런 녀석들을 좋아한다니까.
도와주고 싶었어. 주제넘은 소리지. 저도 똑같은 녀석인 주제에, 3년이라는 시간은 어디로 먹었는지 여전히 나약하기 짝이 없는 주제에.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내가 아직까지 18살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걸 몰랐어. 나는 조금 더 강인해졌으니까 너를 잡아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나는 정말 나의 18살을 다시 되돌리는 듯한 심정으로, 너를 붙잡으려 했던 거야.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다시 한 번 돌아간다면 그때보다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러니까 그 방법을 네게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내가 했던 실수들을 너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해서. 나와 닮은 한 녀석이, 나만큼의 실망과 배신을 겪지 않고 21살이 될 수 있다면, 좀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만한 녀석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물론, 넌 많은 사람의 사랑 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하겠지만, 그걸 이해 못하니까 네가 18살인거라고.
그렇지만 뒤늦게서야 깨달았지. 그런 건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어. 너와의 대화는 자꾸만 나의 18살을 떠올리게 해. 잊은 척 덮어두었던 나약한 감정의 파편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서 나를 괴롭게 한다. 아직 아물지 않은 딱지를 떼어버린 셈이 되어버렸어. 너를 만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자꾸만 경솔했던 나를 후회하게 된다.
난 너에게 조금도 위로가 되어줄 수 없어. 아니, 우리는 가까이 있어선 안 돼. 우린 똑같은 것을 보면 똑같이 느끼는 사람들이지. 너의 괴로움은 그대로 내게 전이되고 만다. 너를 위로해 주기는 커녕 나까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말지. 그리고 또다시 나의 괴로움은 너에게 전이되고. 악순환. 너무 닮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재앙같은 존재일 뿐이야.
아 그래, 우리 둘 사이에 딱 한 가지 차이점은 있지. 나는 아무 것도 몰라서 실수를 하곤 했지만, 너는 잘 알면서도 무모한 고집을 피우곤 한다는 거? 불행해질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이름 따위로 이 관계를 묶어두려는 기묘한 네 고집에 나는 동의할 수 없어. 애초부터 우리는 이성으로서 끌렸던 게 아니라는 걸 애써 부인하지 말아줬으면 해. 우린 서로에게 멋진 친구가 되고 싶었던 거고, 이렇게까지 닮지만 않았어도 우리의 바람은 이루어졌겠지.
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 네 감정은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을거야. 그렇지만 딱 3년이 지나면, 너도 지금의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 나 역시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나면, 그래서 18살의 나를 아프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너를 기쁘게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우리가 처음에 꿈꾸던 것 같은 멋진 친구로서 말이야.
안녕.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인한 녀석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
2005년의 어느 가을날로부터
오늘은 창 밖의 나무들이 제법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어. 며칠 째 구질구질 내리던 비만큼이나 가라앉아 있었던 기분도 조금 풀리는 것 같고. 그래, 그래서 이제서야 컴퓨터 앞에 앉은 거야. 어떤 형태로든 네게 내 생각을 전달하기는 해야겠고, 그렇지만 전화로는 도무지 이 이야기를 모두 전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대답이 너무 늦어진 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사실 고민스럽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내 말을 납득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겠지?
그날도 난 예의 그 카페에 앉아 있었어. 그래, 너도 기억할테지. 사람들이 퍽이나 많이 지나다니는 좋은 목에 자리잡고서도 형편없는 커피맛 때문에 정작 손님은 별로 없던 그 카페. 나른한 봄이 시작되던 그 무렵에 내가 즐겼던 사치는,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그 카페로 달려가 가장 싼 커피를 시켜놓고 창가 자리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거였어. 그게 언제부터 붙은 취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 걸음걸이나, 몸짓, 표정 같은 걸 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을 유추해 보는 게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렸거든. 사람들은 말이 아닌 다른 요소들로도 자신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표현하곤 해. 가끔은, 걸음걸이와 손동작만으로 숨이 멎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 저 사람 어쩐지 나랑 잘 통할 것 같아, 말을 걸어본다면 우린 금세 가까워질텐데,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우린 틀림없이 서로가 너무나 잘 맞는다는 걸 깨닫게 될거야,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이에 그 사람은 항상,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곤 하지.
그래 지금까지 딱 한 번의 예외가 있었지. 굳이 누구라고 말할 필요는 없을거야.
우린 닮았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트 버틀러가 스칼렛 오하라에게 했던 말도 이거였는데. 우린 지독하게 닮았다구. 널 보고 있으면 꼭, 글쎄, 내가 너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널 보고 있으면 꼭, 18살의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고. 18살의 나는 그런 녀석이었어. 사람들 앞에선 비틀거리는 걸음을 감추려 애쓰지만 사실은 누군가가 튼튼한 어깨를 빌려주길 간절히 기다리는 녀석, 그러면서도 제가 수긍할 만큼, 제가 압도당할 만큼 강인한 사람이 아니라면 절대 기대려 하지 않는, 쓸데없는 자존심만 꼬장꼬장한 녀석. 무너지는 자신을 마음껏 비웃고 상처내는 것으로 강해질 수 있다고 믿는 녀석. 참 보고 있자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지만, 미워할 수는 없는 녀석 아니겠어? 미워하다니, 나는 그런 녀석들을 좋아한다니까.
도와주고 싶었어. 주제넘은 소리지. 저도 똑같은 녀석인 주제에, 3년이라는 시간은 어디로 먹었는지 여전히 나약하기 짝이 없는 주제에. 그렇지만 그때까지는 내가 아직까지 18살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걸 몰랐어. 나는 조금 더 강인해졌으니까 너를 잡아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 나는 정말 나의 18살을 다시 되돌리는 듯한 심정으로, 너를 붙잡으려 했던 거야.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다시 한 번 돌아간다면 그때보다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러니까 그 방법을 네게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내가 했던 실수들을 너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해서. 나와 닮은 한 녀석이, 나만큼의 실망과 배신을 겪지 않고 21살이 될 수 있다면, 좀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만한 녀석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물론, 넌 많은 사람의 사랑 따위는 필요없다고 말하겠지만, 그걸 이해 못하니까 네가 18살인거라고.
그렇지만 뒤늦게서야 깨달았지. 그런 건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어. 너와의 대화는 자꾸만 나의 18살을 떠올리게 해. 잊은 척 덮어두었던 나약한 감정의 파편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서 나를 괴롭게 한다. 아직 아물지 않은 딱지를 떼어버린 셈이 되어버렸어. 너를 만난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자꾸만 경솔했던 나를 후회하게 된다.
난 너에게 조금도 위로가 되어줄 수 없어. 아니, 우리는 가까이 있어선 안 돼. 우린 똑같은 것을 보면 똑같이 느끼는 사람들이지. 너의 괴로움은 그대로 내게 전이되고 만다. 너를 위로해 주기는 커녕 나까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말지. 그리고 또다시 나의 괴로움은 너에게 전이되고. 악순환. 너무 닮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재앙같은 존재일 뿐이야.
아 그래, 우리 둘 사이에 딱 한 가지 차이점은 있지. 나는 아무 것도 몰라서 실수를 하곤 했지만, 너는 잘 알면서도 무모한 고집을 피우곤 한다는 거? 불행해질 결말을 뻔히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이름 따위로 이 관계를 묶어두려는 기묘한 네 고집에 나는 동의할 수 없어. 애초부터 우리는 이성으로서 끌렸던 게 아니라는 걸 애써 부인하지 말아줬으면 해. 우린 서로에게 멋진 친구가 되고 싶었던 거고, 이렇게까지 닮지만 않았어도 우리의 바람은 이루어졌겠지.
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 네 감정은 진실이라고 말하고 싶을거야. 그렇지만 딱 3년이 지나면, 너도 지금의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 나 역시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나면, 그래서 18살의 나를 아프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너를 기쁘게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우리가 처음에 꿈꾸던 것 같은 멋진 친구로서 말이야.
안녕. 넌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인한 녀석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어.
2005년의 어느 가을날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