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6. 9. 1. 06:26

8월 일기(?)

한 달을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더럽게 긴 포스팅 하나 올려봅니다.
이름하여 '8월 일기' (이쯤되면 '월기'인가-_-) 끝까지 읽는 당신은 챔피언~ -_-



8/2
스웨덴 첫 느낌.
"젠장.. 가을이잖아"


8/3
아주 즐겁게 살고 있다 ㅎㅎㅎ 너무너무 좋다. 스톡홀름이라는 도시만으로도
아름답지마는 여기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너무 좋다. 내 평생에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만날 기회가 또 다시 있을까 싶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쏟아져들어오는
정보량에 정신이 하나도 없긴 하지만 이마저 익숙해지고 있다 ㅎㅎ 하루가
거의 일주일만큼의 밀도로 다가온다.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는 며칠 전에 만난 것
같아서 언제였냐고 물으면 어제였다는 대답이 돌아오길 다반사다.;;;

내 영어도 다행스럽게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주:요샌 안 늡디다 ㅋㅋ)
하루종일 말을 하게 되니까 그런 거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정도로도 농담도
주고받고 재밌는 얘기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사실 신기하다;;
다만 프랑스애들 영어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다-_-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독일까지는 상당히 깔끔한데 프랑스 오스트리아 정도 가면 익스큐즈미를
연발해야한다 ;ㅁ; 하튼 신기한건 유럽애들은 유럽애들끼리 잘 알아듣고 내 발음도
잘 알아듣는다는거다;; 나로선 다행이지만..

다른 나라 학생들은 얼마나 깨어있는지를 보면서 정말 놀라고 많이 자극받고 있다.
얼마나 부단히 다른 세계를 관찰하고 있는지, 얼마나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꾸준히 그걸 유지해나가는지 등등... 우리는 정말 고립되어 있다는 자각을
이제서야 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다른 세계와의 인터랙션에 무관심했는지... 이
학생들은 나이보다 훨씬 성숙하게 느껴진다. 단지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면에서 말이다. 사람을 대하는 매너도 몹시 다듬어져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다짐을 하고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좀더 액티브한 하루가
되자. 내일은 오늘보다 더!



8/5
무슨 식료품을 사러가도 침구를 사러가도 온통 스웨덴어로 되어있으니 원;ㅁ;
영어로 씌여있으면 그냥 막 반가울 정도;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주긴 한데 매번 그러려니 귀찮다 흑. 그냥 스웨덴어 배워야지..;;



8/10
밥 해먹는게 진짜 일이다. 흑흑 별것도 아닌데 오래걸리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스웨덴어 수업듣고 점심 사먹고 이것저것 볼일보고 저녁 해먹고나면 이
시간이고나.

슬슬 휴가간 사람들 돌아오는 기간인가보다. 이제 기숙사 주방 가면 제법 사람이
우글우글한다. 저녁먹을 때쯤이면 몸이 영 피곤해서 빨리 먹고 자고 싶은데
사람들이 계속 말을 걸어온다;; 그래도 정말 좋은 거 같다. 개인별 주방이었으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아 주방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이야기.
먼저 베이징 가족. 아줌마 영어 너무 잘한다. 솔직히 말이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지만; 나한테 항상 이것저것 잘 일러준다. 꼬마애가 너무 귀엽다 항상 생글생글
웃으면서 복도에서 인라인 타고 있음.. 아저씨는 몇 번 못 봤고.
그리고 상냥한 스웨덴 오빠(?). 역시 나한테 이것저것 잘 가르쳐준다. 이
프라이팬은 뜨거운 물에 솔로 닦아야되고 어쩌고.. 하튼 모르는게 많으니 배울게
투성이다 흑. 하루에 최소한 세 끼를 먹는다고 하는데 그럼 보통 얼마나 먹는다는
건지 모르겠다. 방금도 저녁먹고 또 저녁먹고 또 아이스크림 사러 나갔다;
그리고 무뚝뚝한 스웨덴 오빠(?). 말을 먼저 걸면 얘기는 잘 하는데 방금 위엣
사람들처럼 수다를 즐기는 것 같진 않다. 파스타랑 고기요리를 우르르륵 해서
먹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튼 요리 못하는 사람은 이 층에 나밖에 없다-_-

아 인제 배 좀 꺼졌으니 자야지. 잠이 부족해... 어지러울 정도로 졸리다 지금;



8/17 개별연구
지도해 줄 교수님을 찾는 중이다.

오늘 만난 교수님은 알프 렌. '핑크 머신'이라는, 미학과 관련된 재미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사람.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보고 꽤 재미난 사람들인 것
같아서 그리고 내 관심 분야랑도 좀 비슷한 것 같아서 만났는데, 내 얘기를 듣더니
세 사람의 이름을 적어줬다.; 내가 지난 알고리즘 프로젝트로 했었던 Graph-based
analysis of the human relationships on the soap opera(-_-)에 대한 얘기를
했더니 content analysis라는 용어도 얘기하던데.. 그런 걸 봐선 아무튼 이 분야가
마냥 막연한 분야인 것 같지는 않고, 다행히 스톡홀름에도 그런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자기들은 주로 이론적인 접근, 통계적인 접근을 하는 편이라
내 프로젝트(라고 말해주더라)에는 별로 도움이 못 될 것 같다고, 그렇지만
일반적인 연구의 방향이나 방법론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조언해주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은 참 좋았다. 내 전공을 보고는
프로그래밍의 미학에 대해 연구하는(그렇다 이런 분야도 있다;) 에릭이란 사람도
소개해줬고.. 물론 내가 관심가지는 분야랑은 또 달랐지만. 아무튼 교수님들이랑
얘기하다보면 느끼는 건데 정말 순식간에 핵심을 간파해낸다. 부족한 영어로 잘
설명할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따뜻한 격려를 받고 돌아온 것 같다. 에릭의
박사 논문 '코드의 미학' 한 권과 함께..(이걸 과연 읽을 일이 있을까?;;)

감옥과 흡사하게 생긴 Sing-Sing 건물을 나와서 벤치에 주저앉았다. 내가 두서없이
늘어놨던 말들과, 두 사람이 해 준 여러 이야기들과, 앞으로 또 만나야 할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하늘이 참 맑다는 생각을 했다.



8/20 파스타 요리 성공!
(레시피는 여기: http://recursion.kaist.ac.kr/tatter/mirae/840 )

으하하하 해냈다옹 ㅠ_ㅠ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정신 하나도 없어서 사진도 못
찍긴 했지만.

베이징 아줌마는 내가 요리하는 걸 보는게 그렇게 재밌댄다. 내가 양파를 썰거나
토마토리퀴드를 따르거나 할 때마다 '조심해요' 하면서 깔깔 웃고 있고;; 주방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던 상냥한 스웨덴 오빠 마티아스도 거든다. '파올로가 이건 안
가르쳐준 모양인데.. 알루미늄 냄비에 토마토를 끓이면 안돼. 발암물질이 나온대'

하여튼 주방을 다 뒤집어엎은 끝에 완성된 파스타 세 접시. 이쁘게 하려고 스위트콘
좀 접시 한켠에 덜려고 했더니 때마침 주방에 들른 파올로가 놀란다. 'forbidden'
이랜다. 파스타는 짠 음식이기 때문에 단 음식과 같이 먹으면 안 된다고.. 그래서
오렌지주스도 안되냐고 하니까 안된댄다 ;ㅁ; 그냥 물, 아님 와인. 만약 이탈리아
식당에 가서 파스타와 함께 주스 같은걸 선택하면 주문받는 사람이 놀랄거라면서.

옆에 있던 마티아스 막 착잡해한다. '파올로가 이탈리안 왕국을 만드려 하고
있어... 저런 복잡한 요리말고 내가 스웨덴 요리 알려줄게'-_- (허나 오래지않아
밝혀진 그 스웨덴 요리의 정체는 '씨리얼 죽'이었다.;;)

그래서 맛이 어땠느냐. 파올로가 'perfect!'라면서 접시를 방에 들고갔다 >_<



8/21
오늘은 겨울 롱코트 입었다. 적당하드라.
(8월이란 말야! 이게 말이 돼? ㅠ_ㅠ)
요즘 대략 기온이 섭씨 10도 ~ 22도 정도 되는 거 같다. 오늘은 비와서 더 추웠고..

백화점 가서 모직 카디건도 사 왔다. 내일부터 당장 입어야겠다.
추운 나라니까 겨울엔 따뜻한 옷 많이 나오겠지? -_-;



8/24
감자랑 당근이랑 파프리카 썰어서 볶았다. 파프리카가 노란색이라 안 맞는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맛은 괜찮았다. 감자가 좀더 찰지고 말랑말랑했으면 했는데 한참을
볶아도 그렇게는 안 되길래 그냥 먹었음. 채써는 것도 오래 걸려서 실제론
파스타보다 오래 걸리는 요리였다. -_-

오늘 낮에 또 다른 교수님을 만났다. 닐스 엔룬드. 미디어학과장..정도 되는
사람인데 나이도 꽤 지긋. 내 관심사와 약간 관련있는 프로젝트가 작년에 마감됐다고
하더라. 근데 이 분야 돈이 안 되나 왜 다들 중간에 펀드 끊겼단 소리를 하지-_-
하기사 예전에 내가 느낀 인상도 '쓸모없지만 아름답다'였었지. 나는 그속에서
어떻게든 실용적인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거지만.. 내가 'practical, and also
beautiful'이라고 하니 닐스가 씨익 웃었다. ^^;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들 얘기했더니 몹시 흥미롭다고 했다.
그렇지만 딱 고런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당장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다시
추천해준 사람이 지난번 알프가 추천해준 사람이랑 겹쳤다. 아직까지 답장이 없는데
이 사람에게 기대를 걸어봐야하나. Human Computer Interaction랩에 그런 아트랑
관련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얘기한 것들이 혹시
HCI랑 가까운가요, 했더니 그건 아니고 거기에 그런 사람들이 있는 거라고. 정말
도와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는데, 자기도 어떤 방식이 가장 좋을지 몰라서
고민스럽다고 했다. 정말 도움 많이 됐습니다 나중에 또 찾아뵐게요, 하니 아무
도움이 못 되어 미안하단다.

오늘 저녁은 어쩐지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었다. 유독 짧아진 해 때문인가. 요리하는
동안 하우라랑 마티아스가 한참을 스웨덴어로 얘기했는데, 말투만 알아들은 바로는
하우라가 스웨덴어로 된 문서 내용을 물어보는 듯 했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열두살
먹은 마티아스네 고양이 얘기를 하고 자기네 나라들의 결혼 적령기에 대해
얘기했다. 아이는 스무살에 하나, 스물다섯에 하나, 서른에 하나를 낳아야 한다는
마티아스 말에 한참 웃다가, 그런데도 어쩐지 어제 저녁같은 유쾌한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바둑 규칙 설명해주다가 문득 또 내 영어에 갑갑함을 느꼈다. 교수님하고
공부얘기 하는 것보다 이웃들하고 수다떠는게 더 어렵다. 아닌가, 표현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까?

어제는 손에 양파냄새가 배더니 오늘은 감자냄새가 배었다. 설탕 엔간히 문질러서는
냄새가 안 빠지는데 레몬을 좀 사와볼까.



8/26
스톡홀름대 도서관은 주말에는 일찍 문을 닫는다. 평일에 오후 8시에 닫는 것도
좀 어이가 없는데 금요일은 6시, 토요일은 5시, 일요일은 4시. 그나마 이정도면
많이 여는 거고 왕립공대 도서관은 주말엔 안 연다. 도서관에서 공부해야 돌돌
말리지 않는 나로서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상점들도 일찍 문을 닫고 하길래 이 도시엔 밤이 없겠구나 생각했었는데 그건 또
아니다. 주말에는 지하철이 새벽 4시까지도 다닌다. 어제 또 교환학생들을 위한
파티에 갔었는데 새벽 2시에 파티가 끝나고 나니 백여명은 됨직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와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도착하니 막 환호성과 함께 모두가 우렁차게
입을 모아 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닌가.. 축구 응원가랜다. 유럽 애들은 다들 나라
이름만 바꿔서 이 노래를 응원가로 쓴다는 게 민영이의 설명. (혹시 나만 모르나;)

삶의 소소한 백 가지 기쁨 중의 하나는 '사흘치 가계부를 몰아쓰고 잔액을 맞춰보니
딱 맞는 것'이다. 오호호- 스웨덴어 시험이 월요일인데 이제 공부 좀 하자. -_-



8/27
오늘 점심으론 훈제연어를 먹었다. 슈퍼에서 진공포장된 걸 3천원 정도에 판다.
접시 한 켠에 케이퍼를 얹고 방금 지은 밥에 연어 한 점.. 아아 행복해졌다.;

샐러드로는 양배추랑 토마토랑 스위트콘. 드레싱이 없길래 올리브유를 뿌릴까
하다가 그냥 먹어도 맛있길래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 공부하면서
간식으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으음..;;

요리지향적 생활을 하다보니 식욕이 정상화된 것 같다. 사실 처음 와서는 이상하게
식욕이 없었다. 밥을 지어도 반 공기 정도밖에 못 먹고, 그러고나면 또 금방
배고픈데 먹으면 또 많이 못 먹고 해서 난감했었는데... 며칠 전엔 여기 온 이래
처음으로 케밥 하나를 남김없이 다 먹었다. 왠지 뿌듯했다-_-

다음에 이케아 가면 체중계 사야겠다. 슬슬 예방을 시작할 시점으로 보인다. -_-



8/28
1. 스웨덴어 시험
문법 문제들 + 200단어짜리 에세이. 에세이 주제는 지난 3년간의 기출문제에서 모두
똑같길래 숙제 하나 골라서 달달 외워갔는데 역시 그대로 나와서 그대로 써냈다.;
문법 문제들은 쉬웠고. 아 드디어 스웨덴어로부터 해방이다옹 ;ㅁ; 스웨덴어
공부하면서 영어는 '그나마' 쉬운 언어라고 생각했다; 스웨덴어는 동사도 폼 5개
형용사 폼 4개 명사 폼 4개 다 따로따로 외워야 하니 원;

스웨덴어 수업을 들은 목적은 여기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읽기 위함이었으나
54시간의 수업을 듣고 난 지금에도 역시 스프 뒷면의 조리법을 못 읽고 있다-_-
기분 내키는 날 사전 옆에 끼고 해석해보자.

2. 영어수업
Technical English Advanced level - 첫 수업! 웹에서 배치고사를 쓸데없이 잘
봐버려서 어드밴스드 레벨로 배정이 됐다. 다들 석사 삘나는 심상찮은 분위기에
동양인은 나 혼자. 시험에 강한 자랑스런 한국인이다-_-

매주 월요일마다 4시간을 꽉 채워서 하는 수업인데, 엄-청-빡셀거 같다. 그룹토론
그룹발표는 매주 할 거 같고 개인발표도 2번에 개인과제는 프로포절 리포트 에세이
써머리 이력서 커버레터(는 또 뭐야?) 단어시험 리딩숙제 등등.... 12페이지짜리
실라부스 보면서 멍해져서 한 생각이 '이거 진짜 다 할 수 있을까'랑 '이거 진짜 다
하면 엄청 많이 남겠다'. 정말로 궁금하다 나 이거 다 할 수 있을까?;;

첫 수업부터 그룹발표가 시작됐는데 음.. 어떤 애들(?)은 정말 이거 왜 듣냐 싶게
유창한 반면 어떤 애들은 목소리마저 덜덜덜 떨리고 그런다. 대본 읽는 애들도
있었고. 나도 미리 대본 써 놓고 읽었는데; 혀 꼬일때마다 웃음이 나와서 곤란했다;
근데 하튼 스웨덴애들 영어 정말 잘 한다. 음 뭐랄까 굉장히 자연스럽게 한다. 언어
자체가 비슷해서 그런 거 같다. 어순이 일단 비슷하니 단어만 탁탁 떠올리면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선지 교수님 얘기도 이 수업은 문법은 이미
완벽하다고 가정하고-_- 단어에 초점을 맞춘다고.
아놔 당신들 후회할거야... 내가 인터미디에이트로 바꿔달랬잖아-_- 나중에
후회해도 난 책임없어-_-

3. 파티
또 학생연합에서 하는 파티엘 갔다. 늘상 가던대로 교환학생들 우글거리는 분위기
생각하면서 아무 부담없이 뚤레뚤레 혼자 갔는데 웬걸 쌩판 스웨덴인 천국인거다.
신입생도 들어오고 개강이고 하니 이제 교환학생 환영의 시대는 가고 신입생 환영의
시대가 도래한즉... 아는 얼굴이 없어 스프라이트 한 잔 들고 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니다가 무작정 자리를 잡고 어떤 애들과 얘기를 시작했다.
무려 1주일도 안 된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파티도 당연히
처음 온다고 하고, 스톡홀름 온지도 얼마 안 된 모양인지 지하철 끊기는 시간도
몰랐다. 영어를 아직 불편해하는 것 같고 어딘지 모르게 어설퍼보이는 그 애들을
보면서 내가 아는 다른 스웨덴 사람들, 여기 나이로 최소 25세 이상의 그 '친구들'
을 떠올려봤다. 이 새내기들은 18~19세. 그 5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8/29
뭔가가 빠진 것 같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처음
카이스트에 입학했을 때도 그랬고, 회사에 갔을 때도 그랬고, 이렇게 교환학생을
와서도 그렇고.
겨우 7시간 정도 되는 시차에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하기가 영 쉽지 않다.

사람마다 생활의 중심을 잡아주는 무언가가 있지 않나 싶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혹은 일주일을 마무리하면서, 자기 생활을 잠시 되돌아보고 잊어버린 것들 혹은
그냥 지나친 것들을 발견하게 해 주는. 누군가는 그게 일기를 쓰는 것일 수 있고
또 누군가는 그게 음악을 들으며 생각을 한다거나 명상(?)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나같은 경우는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도, 그걸 그때그때 정리하지 않고 지나가면 깨닫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들이 생기는 것 같다.

귀가 뜨거워질때까지 전화통 붙잡고 수다떨던 밤들이 생각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