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6. 11. 2. 07:10

9월 일기

또 몰아서 올리게 되어 송구스럽기 그지없사와...;;;
그래도 나름대로 스크롤의 압박을 줄여보고자 두 개로 나눠서 올립니당.

9월 일기
10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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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0 (일) 08:23:08
제 목: 살림

설거지하고 방닦고 화분에 물주고 쓰레기버리고 우편물 확인하고 가계부쓰고 왔다;
어떻게 생전에 안 하던 짓만 골라서 하고 있지?;; 한 달 전에 짐쌀때 최우선으로
생각한 건 '안에서 안하던 짓 나가서 안 한다'여서 꼼꼼한 살림거리 반찬거리
같은건 싹 빼놓고 왔었는데, 여기오니 감자깎는 칼도 아쉽고 그렇다.;;;

식물 잘 못 키우는 사람보고 선인장도 말려죽일 사람이라고들 하는데 나 여러번
그래봤다.; 앞으로도 누가 제발 나한테 화분 선물은 안해줬으면...-_- 그런데 지금
키우는 화분은 다른게 아니고 바질이다. 키워서 먹으려고. ^^; 그래서 그런지 잘
큰다 오호호.. 저거 싱싱할동안 빨리빨리 파스타해서 먹어치워야지;

아 스웨덴어 학점 A 받았다! 앗싸~ 이놈들 공부 안하는가부다. 시험 엄청 쉽드만.
나한테 스웨덴어 가르쳐준(?) 건실한 독일청년이 B 받았길래 약간 안타까운 마음도
없지 않았음. 정말 불가사의하다 왜 한중일 사람들은 시험에 강한걸까..

영어숙제를 하느라 기사 하나를 찾아서는, 그걸 영어로 쓴 다음 그 기사의
영어원문이랑 비교해봤다. 물론 숙제는 그냥 프로포절을 쓰는 것이고, 자료를
위해서는 영어/모국어로 된 기사를 참조해도 된다고 했는데, 연습삼아 그런 식으로
해 봤다. 근데 나는 엄청 복잡하게 써 놓은 문장들 원문에선 한큐에 끝나더라.;;
한번 번역을 거친 문장을 다시 번역하다보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휘 선택도
발전의 여지가 많아 보인다. 킁

토요일 밤. 기숙사가 쥐죽은 듯이 조용하다. 라디오를 틀면 리드미컬한 스웨덴어만
흘러나오고.. -_- 아, 수다떨고싶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2 (화) 16:57:52
제 목: 헬스장

이틀째 헬스장엘 갔다. 3개월에 15만원 정도? 한국이랑 비슷한 가격이지만 운동복도
안 주고 수건도 안 주고 벨트마사지기(?)도 없다. 에잉. 대신 웨이트 트레이닝
기구는 내가 예전에 다니던 곳보다 더 많은 듯.
도대체 뱃살이라도 나왔거나 뭐 문제있어뵈는 사람은 안 보이고 아쉬울거 없어뵈는
사람들만 헉헉대며 운동을 하고 있다. 쭉쭉빵빵한 언니야들이 이것저것 스트레칭
같은걸 하고 있으면 막 따라하고 싶어진다.; 열심히 따라하면 좀 비슷해질라나 크크;

쥠-_- 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니 싱가포르에서 온 에드버트는 "그냥 밖에서 뛰면
안돼?"라고 한다. "웨이트가 없잖아." "그냥 자동차 같은 것 좀 들고.." (뭐시라;)
예전에 한 독일 친구가 '중국인들은 조깅을 왜 그렇게 많이 하는거야? 지겹지도
않나?'라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 적이 있었는데.. 에드버트를 보니 왠지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2 (화) 17:36:32
제 목: 한국전통벌레

어제 그렇게 헬스장에 다녀와서 시리얼에 우유를 타 먹고 있었는데 파올로가 그게
뭐냐고 물었다. 멀리서 보니 무슨 한국 전통 벌레인 줄 알았다고.. -_- 요즘
어무이께서 보내주신 밑반찬들을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그게 어지간히 이상해보였던
모양이다. 마티아스도 '나도 벌렌줄 알았어!'랜다.

"아니 도대체 한국음식을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버럭.
"그럼 정말로 벌레 안 먹어?"
"No! (하다가 갑자기 번데기가 생각났다) 아니 먹긴 하는데.." -_-;

마티아스가 오늘 저녁에 줄리아한테 피자(손으로 만든!) 한 판을 받았다면서
좋아라했다.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과 주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더라면서..
흠 나도 봤다. 정확히 말하면 키스하고 있는 걸 봤지만.. -_- 타이밍 잘 맞춰서
갔으면 나도 피자 좀 얻어먹는 건데 말이다.;

스웨덴에 지금 큰 스캔들이 났다. 주요 정당 두 개가 있는데 한 정당이 다른 정당의
네트워크를 오랫동안 해킹해서 기밀 문서를 빼돌려왔다는 게 발각되었다고 한다.
선거 일주일 전인 지금! 그런데 마티아스 얘기는 '이건 사실 해킹을 한 정당 쪽에
유리한 상황이다. 너같으면 해킹당한 정당을 찍고 싶겠냐'라고.. 듣고보니 그렇기도
하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3 (수) 02:13:16
제 목: 매리네이드

매리네이드가 뭔지 아시는 분? -_-;;;

수업듣고 신나서 룰루랄라 고기를 사 왔다. 스테이크 해 먹으려고.. 질 좋은 걸로
사려고 일부러 백화점까지 가서 사왔는데,
줄리아가 보더니 이거 스테이크용 아니라고.. ㅠ_ㅠ 너무 두껍다고 한다.
대신 '마리나데'에다가 담갔다가 어쩌고저쩌고 하면 된다고 했는데.. 도대체
마리나데가 뭔지 모르겠는거다. "나중에 사전찾아볼게-_-" 하고 왔는데..

mar·i·nade〔〕 n. 매리네이드 《식초·포도주·향신료를 넣은 액체;여기에
고기나 생선을 담금》;매리네이드에 절인 고기[생선]
━ [] vt. 매리네이드에 담그다(marinate)

모니 이게-_- 단어를 모르는 건줄 알았더니 저런건 난생처음 들어본다.;
좀전에 줄리아가 준 레시피가 몬가 했더니 이 '마리나데' 만드는 법인가부다. 마늘
양파 로즈마리 티메(는또뭐야ㅜㅜ) 올리브오일 후추 칠리 와인.. -_- 덴장 그냥
잘라서 불고기 해 먹을까.;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4 (목) 01:16:41
제 목: (re:cashmere) 매리네이드

파올로한테 물어봤더니 좋은 고기라서 그냥 스테이크 해 먹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해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ㅠ_ㅠ
풍부한 질감과 달콤한 육즙과 적절히 가미된 향신료까지.. 잠시 세사를 잊었다.;;
고기는 모쪼록 좋은 걸 사고 볼 일이다.

(아 그리고 매리네이드에 있던거 티메가 아니고 타임-_-이었다.; 허브 한 종류.)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4 (목) 19:23:46
제 목: 입동준비

여유로운 생활도 인제 얼마 안 남은 듯 하다. HCI 수업 개강하고 나면 월-금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이 들어차는데다 기숙사에서 왕복 2시간은 걸린다 ;ㅁ;
여유있을때 해야지 싶어서 헬스장도 하루도 안 빼놓고 가고 있다.

티비랑 히터 중고 알아보다가, 온풍기를 스웨덴어로 모르겠길래 주방에 있던 스웨덴
언니한테 물어봤다. 그런데 2주 뒤에 이사간다면서 온풍기를 그냥 주는게 아닌가!
아싸.. 추위 걱정 좀 덜었다. 마음이 한결 가뿐하다^^;;

티비 중고는 오늘 오후에 입양하러 갈 예정인데 어찌 생긴 놈일지 궁금하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5 (금) 07:44:12
제 목: 티비입양

드디어 티비를 입양해왔다!
14인치. 3년 썼다고 했는데 3만원 약간 넘었다. 아 싸게 잘 산 듯!
브레아뎅-_-이라고 멀리까지 가서 직접 가져왔다. 들고오는데 무척 뿌듯해서 무거운
줄도 몰랐음.;

티비 주인은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스웨덴 아저씨였는데 굉장히 선량해보이는
사람이었다. 주방에서 항상 이 티비를 보곤 했었다고, 무척 좋아하는 것인데 이번에
22인치 티비를 새로 사게 되어 파는 거라고 했다. 웹사이트에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좀 낡았을수도 있겠다 생각했었지만 거기 올라온 비슷한 가격대의 티비 중에 가장
괜찮은 거였다. 이힛.

스웨덴 채널 6개랑 MTV랑 유료채널 하나 나온다. 스웨덴 채널들에서는 물론 스웨덴
프로그램들을 하지만 수입한 미국/영국 프로그램들도 많이 튼다. 그대로 틀고
자막만 스웨덴어를 붙이는데.. 오늘 저녁 시청해본 소감은 어처구니없게도 스웨덴어
자막이 가끔씩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_-;

그래서 지금 이걸 쓰면서 투나잇쇼를 보고 있다. 꺄아 >_<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17 (일) 21:42:11
제 목: 금요일부터 지금까지 본 것들

Fools Rush In // 오예 매튜페리!
Schindler's List // 간지난다 리암니슨
Sweet Home Alabama // 이뻐요 리즈위더스푼
Angels In America // 소름돋으삼 알파치노
The Miracle Worker // ..헬렌켈러!? -_-;

티비란 참 좋은 물건인 것 같다.;;;

부렉 숙제하자-_-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22 (금) 08:49:49
제 목: remember

remember라는 카드회사가 있다. 스웨덴꺼 같지는 않고 하튼. 그 광고가 티비나
지하철에 꽤 보이는데, 모토는 대략 이거다.

"
Remember, you are not the car you drive.
Remember, you are not the logo on your bag.
"

나는 차를 운전하는 대신 책을 읽고 로고박힌 가방을 드는 대신 영화를 본다.

씁쓸하게도,
내가 소비하는 이 모든 것들은 내 지적 허영은 충족시켜 줄 수 있을지언정
나를 대변해 줄 수는 없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23 (토) 10:58:39
제 목: 사람들 이야기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 이런 걸 쓰는 건 사실 민망하지만^^; 한 일이년쯤 지나고나면
아 이런 사람들을 만났었지..하고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해서.


니클라스
한동안 연락이 안 되다가 갑자기 메일이 왔었다. '나 죽지 않았어'라고.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해보면서 진짜 얘 소리소문없이 죽기라도 했나 망측한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라 메일을 보면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웃음이 나왔었다.; 그냥 한동안
모든 사람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했다. 자기도 왜 그랬는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이 친구랑 수다떨고 있으면 어쩐지 나는 더 어려지는 기분이다. 왜냐하면 얘가 무슨
어린 동생이라도 보는 것처럼 자상하게 웃고 있기 때문에.. -_-;;


알빈
종종 점심을 같이 먹는데, 어쩌다보니 만나면 주로 일/회사 얘기를 한다(?).

자기가 알바로 스톡홀름지하철공사(?)의 노임관리 프로그램을 만든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스웨덴에서는 휴가기간 중이어도 아프다고
전화하면 병가로 처리한다고 한다. 참 이상한 규정 아닌가;; 하여튼 이 친구는
정규직으로 근무해 본적이 없으니 그런 걸 몰랐고 나중에 연락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그 기능을 추가했다고 한다.;;

나한테는 PHP 할 줄 아냐면서, 혹시 관심있으면 아는 사람 소개시켜준다고 했다.
물론.. 정중하게 사양했다;;


마티아스
커다란 키를 유지해야되서인진 모르겠는데 주방에 가면 항상 뭔가를 먹고 있다;
그리고 나한테 맨날 뭘 먹이고는 자 이제 먹었으니 운동하자고 끌고 나간다. -_-
권투(?)도 시키고 계단 오르내리기도 시키고 이상한 토끼뜀 비슷한 것도 시킨다 ;ㅁ;
알고보니 왕년에 테니스 선수 비슷한 걸 했다고 한다. 믿어지진 않지만.. ㅋㅋ

별 희한한 얘기를 참 많이 한다. 이를테면.
스위스의 임금은 스웨덴 임금의 두 배 정도 된다고 한다. 물가도 두 배겠지. 그래서
자기가 생각하는 건 이런 거란다. 스위스에서 취업을 한다. 그리고 텐트에 살면서;
지금 너네 엄마가 하는 것처럼 자기 엄마가 스웨덴 음식 소포로 보내주고 하면(-_-)
삼 사 년 일하고 나면 떼돈벌지 않겠냐고.

여기서 몇가지 드는 의문은 '왜 나는 만 28살인 니클라스는 친구라고 인식하고 있고
만 27살인 마티아스는 오빠라고 인식하고 있을까'와 '그런데 정신연령은 정반대인
건 또 어찌 설명해야할까'이다. 아.. 복잡하다.


토마스
내 멘토. 희한하게 시스타캠퍼스 가면 자주 마주친다. 스타일은 항상 검은색 광나는
자켓에 구멍뚫린 바지와 구멍뚫린 눈썹(피어싱 얘기)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오늘
저녁에 나이트클럽/펍 갈껀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왠지 나랑은 다른 세계 사람 같아서 부담스럽다;; 킁.


닝이
부담 하니까 생각났는데 이 친구 끊임없이 나한테 요리해먹는 파티라든지 근위병
교대식 구경이라든지 같이 가자고 조른다. 그 금요일마다 하는 파티가 각자 자기
나라 음식을 해와서 나눠먹는 파티라는데.. 그거야말로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한국음식? 모른다. 먹을 줄만 안다.;;
그래서 이런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거절해오고 있는데 속으론 섭섭할 거 같다.;;
아무래도 김밥 재료를 공수해와야 될 모양이다.

중국인들은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다. 어느 수업엘 가도 중국인 커뮤니티가 있다고
방글라 학생이 그랬다.; (사실 내가 듣는 수업에는 방글라 커뮤니티도 있다-_-)
윗층사는 싱가포르 총각과 중국 총각이랑 셋이서 밥해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얘네들은 왠지 멀쓱하니 느낌이 '청년'보다는 '총각'이란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등등등..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ㅋㅋ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23 (토) 11:29:22
제 목: 컬쳐쇼크

어제는 주방에서 라디오 들으면서 밥딜런 노래 못한다고 흉을 보다가-_-
마티아스가 씨디 들려주겠다면서 자기 방을 구경시켜줬다.
그런데..

바닥에 옷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무릎높이쯤 되는 산이 한 서너 개 쯤은 됐다.
솔직히.. 나도 그다지 깔끔떠는 체질도 아니고 왕년에는 한어지름 했던 사람이라 남
어지르는거 웬만하면 뭐라고 못하지만.. 이건 아니었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무례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난 폭소를 터뜨렸고; 마티아스의 구차한 변명이 시작됐다.

"(끊임없는 변명) 블라블라.. 블라블라.."
"(듣지 않고 있다) 으하하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이불은 또 완전 소녀취향이네?"
"이게 왜 소녀취향인데?"
핑크였다. 그것도 별무늬가 가득한 핑크.. -_- 여자친구가 놓고갔나 생각했다.;

"(의자에 쌓인 옷들을 다른 산에 옮겨놓는다) 자 여기 앉아."
"..아니 사양할래^^;"
"괜찮아 이 옷들 어제 빨았어!!"
"(힘주어 말한다;) is it CLEAN?"
"-_-;;"

"난 또.. 방 정말 좋아한다고 자랑하길래 좀 다른 걸 상상했지."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고 꽃병도 있는?"
"그래!"
"아 역시 보여주지 말았어야 했어.. (머리를 쥐어뜯는다. 좀 불쌍하다;)"
"괜찮아.. 마티아스라는 인간의 또다른 면모를 본 기분이니까."
"...(더 괴로워하고있다-_-)"


적다보니 너무 뭐라고 한거 같아서 미안해진다... -_-; 그렇지만 정말로 그런
기분이었다. 뭐랄까, 뭔가 일관성있게 리버럴한; 그의 삶의 단면이 느껴졌다. -_-
그의 여자친구가 몹시 존경스러웠다. 크크;;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24 (일) 04:47:25
제 목: 중국음식

오늘 저녁. 파스타나 해먹으려고 바질잎 몇개 뜯어서 주방에 갔더니 닝이랑
싱가포르 총각이 요리를 하고 있었다. 또 같이 하겠냐고 제안을 하길래 역시 또
부담스러워서 거절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요리들이 참 맛있어보이는거다. -_-

"..내가 뭐 하면 되지? -_-a"
"손만 씻구 와 *^^*"

그래서 접시 몇 개 닦는 시늉만 하고 다 된 요리를 같이 먹었다. 으하하;;
소스 때문인지 '중국음식'이라는 냄새가 강하게 나긴 했으나 맛은 꽤 괜찮았다.
따뜻한 국물요리들이 꽤 괜찮았고 두부며 고기조림이며.. 양도 푸짐했고.
닝이도 분명히 여기 와서 요리를 처음 시작했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잘 하냐고
따졌더니-_- 닝이네 어무이가 요리를 잘 하신다고 한다. 파올로네 어무이도 요리를
잘하신다고 들었으니.. 내가 요리를 잘 못하는 건 내 탓이 아니다. 킁;

어쨌든 뒷일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먹......은게 아니고
사실은 먹으면서부터 뒷일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얻어먹고 나면 나도
한국음식 대접해야 할텐데 도대체 뭘 만들어야 되나 재료는 또 어디서 구하나' 등등;

나중에 걱정하자 오늘은 배부르다. 캬하-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26 (화) 06:01:01
제 목: 학기 시작(?)

#
세 번째 과목 HCI 개강. 기숙사에서 한 시간 걸리는 캠퍼스인데, 거기다 주로 아침
9시 수업이다. 놀랍게도 그때는 지하철도 만원이다;; (좀 한적한 도시라서;)

이 학교 과목들은 어째 실라부스가 초반부터 상당히 압박해준다.;; 팀 프로젝트들은
재밌을거 같은데, reading material분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당장 다음주부터
퀴즈본댄다. 랄라라~ 다음주에 Technical English 개인발표도 있는데-_-

아, 과목 교재비가 10만원이었다. 교수들이 특별편집한 책이라 다른 데선 못
산다는데 별 수 있나 사야지. 도장 10개짜리 쿠폰 순식간에 8개 찍었다;

#
Technical English. 좋은 수업은 좋은 수업인데 이넘들이 너무 유창하다. 발음은
제각각이긴 해도 저 할말은 다 하니 듣는 사람만 피곤하지; (유럽 애들 중에서도
비슷한 언어권 애들은 비슷한 발음/억양을 잘 알아듣는다. 내가 상대적으로
중국/일본애들 발음 알아듣기 쉬운 것처럼;)

그리고 얼마 전부터 깨달은건데 한국어는 굉장히 천천히 말하는 언어인 것 같다!
뉴스 아나운서들 말하는 속도를 놓고 비교해도 확실히 느리다고 어디서 본거 같은데.
중국 여학생 닝이 얘기로는 한류 드라마 보면 중국어 더빙이 되게 웃기다고 한다.
기다란 문장 하나가 자기네는 두 단어면 끝나는 거라서, 성우들이 천-천히
말을 한댄다;; 아 이건 좀 다른 얘긴가 하여튼. 몇 가지 사회 이슈에 대해서
조별로 논쟁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빨리 말하려고 하면 자꾸 혀가 꼬이고 발음이
엇나가서 갑갑했다. 대신 조원들한테 내 변명을 납득시키는 데엔 성공했다. 내 혀
자체가 빠른 언어에 적응이 안 되어있어서 말 좀 꼬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으하;

#
하여튼 그래서 오늘 세 과목 다 합쳐서 9시간 수업듣고 왔다.
드디어 진정한 학기의 시작이다!! 므하하하-_- 슬슬 비비도 줄여야겠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29 (금) 05:29:45
제 목: 학생들

연구방법론 수업. 계속 듣다보니 슬슬 학생들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자식들 왜 이렇게 무식해-_-
정성적 분석과 정량적 분석의 차이도 모르고 세미나에서 열심히 떠들어대지.
나름대로 internetworking 석사생들이란 사람들이 실습수업에서는 파일 이름 바꾸는
명령어 지우는 명령어 뭐냐고 물어보지. (su를 어디서 주워들은 것 같긴 한데
뭔지도 제대로 모르고 쓰고있더라;)
실험 설계하라는 숙제가 나왔는데 한 친구가 자기 한 걸 보여주면서 코멘트를 해
달라고 했다. 봤더니 설계만 한 게 아니라 실험 결과를 알아서 조작해서 결론까지
써놨다. -_- 이거 아니라고, 그냥 설계만 한 다음 결과는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그걸 어떻게 분석할건지만 적으면 된다고, 암만 설명해도 '그러니까 이 표만 지우면
된다는거지?' 둥둥 하고 있고. 아아아...

정말 카이스트는 좋은 학교다. 영어만 쫌더 잘하면 된다.;



글쓴이: cashmere (미래)
날 짜: 2006/09/30 (토) 05:18:49
제 목: 갈등의 주말

놀기에도 좋지만 공부하기에도 좋은 곳이라는 말 취소할란다.
주말만 되면 유혹이 너무 많다. ㅠㅠ

열여덟 청춘 파릇파릇 새내기 녀석-_-은 파티오라고 꼬시지
벨기에 사진전시회 보러 간 니클라스 엠에센으로 막 자랑질;하고 있지
내일은 '뭔가 달콤한 디저트(?)'를 가지고 실비아네 가서 점심먹기로 했지

다 좋은데 숙제는 언제 하냔 말이다.;; HCI 퀴즈도 있고 조별숙제도 있고 영어
개인발표도 있고 단어시험도 있고 써머리도 있고 토론 심판-_- 준비도
해야되는데에에에!

파티를 갈까 헬스장을 갈까 숙제나 할까 고민하면서 주방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파올로가 "굿나잇"하면서 샤방샤방한 미소와 함께 윙크를 날리고 간다.
...그런거 좀 남발하지 말란 말이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