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이기/일상 | Posted by Mirae 2008. 7. 10. 07:28

스위스 라이프

네 소식이 뜸하긴 합니다만 매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주중엔 일하고 주말엔 놀러다니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패턴으로 살고 있습니다. ^^;; 이제 넉 달이 되어가네요. 살림살이도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고(여전히 천장을 뚫어야 하는 Stolmen은 설치를 못했지만) 아름다운 계절 여름을 맞아 스위스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쏘다닌 곳들 (대충 생각나는 대로)

- Euro2008 구경: 2002 월드컵 같은 걸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만.. 정말 작은 도시라는 걸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인파라고 해야할 겁니다. 길거리마다 즐비한 세계 각국 음식 포장마차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경기 있는 날이면 스크린이 설치된 광장에 나가 사람들을 비집고 맥주를 주문하던 것이나, 축제 분위기에 취해 친구들과 밤거리를 쏘다니며 깔깔대고 웃으며 민폐 끼치던 일이나, 경기 끝나고 자정이 넘도록 경적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터키인들 덕분에 잠을 못 자던 것이나, 트램 스케줄이 바뀌는 통에 망한 일이나.. 한 달로 족하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축제라는 건 매력적인 겁니다.

- 취리히 호수: 언제봐도 아름답고, 절대 질리지 않는 취리히 호수. 호숫가를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들, 바들, 이젠 제법 친구들과 자주 가는 단골집도 생기고 좋아하는 메뉴도 읊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각종 음식들, 디저트들, 여름 음료들, 음 사실 외식비를 슬슬 줄여야 할 때가...

- 영화관: 취리히의 영화관들은 대부분 "ice cream break"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영화가 한참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촌시런 빨간색 배경이 펼쳐지고 보트 위에서 손수건을 흔드는 여인네의 실루엣이 "Have a nICE break!"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려집니다. -_- 처음엔 이게 무슨 20세기의 유산인가 몹시 분개했지만 몇 번 겪고 나니 글쎄 그런대로 좋은 면도 있습니다. 10분 정도, 화장실에 다녀오고 음료수 하나 집어들고 지금까지 본 절반에 대해 열혈토론을 하는데, 영화가 다 끝난 다음에 하는 토론보다는 좀더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됩니다. 못 알아들은 부분을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카누잉: Thur강에서의 카누잉. 스위스에 오실 계획이라면 반드시 목록에 넣으시길 바랍니다 (물론 혼자서는 못 가고 어느정도 무리를 이뤄야 합니다). 강 위에서 노를 저으며 바라보는 잔잔한 강물과 강변을 따라 우거진 숲은 너무나 아름답고 색다른 운치가 있습니다. 세 명이 한 카누를 탔는데 두 사람이 타는 것이 사실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세 시간 동안 노 젓고 키 잡느라 팔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매직파스 덕분에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Pictures from Peter: http://flickr.com/photos/skatey/sets/72157605989560227/

- 래프팅: 취리히에서 기차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즉, 거의 이탈리아 국경에 접한) 곳에 좀더 험한 강이 있습니다. (http://www.wasser-land.ch/english/water/riverrafting_vorderrhein.html) 처음 타 본 카누가 너무 쉽다고 의기양양해진 제 동료들은 바로 그 다음 주말에 래프팅을 예약하는 만행을 저질렀고... 저는 그저 비가 오기만을 빌고 있었는데 비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예약은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킁. 잔뜩 찌푸린 하늘과 소낙비와 천둥 속에서의 래프팅은 그렇지만, 절대 나쁘지 않았습니다! 에 사진 속에서는 좀 표정이 웃기긴 합니다만..
Pictures from Manish: http://picasaweb.google.com/manishrjain/RaftingInnRiver

- 헌책 시장: Saint Andrew에서 일 년에 두 번씩 하는 행사입니다. 취리히는 독일어를 쓰는 도시라 영어로 된 책은 가격도 비싸고 구할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인데, 이 행사는 영어로 된 책을 값싸게 구할 수 있는 기회로 이민자 커뮤니티(http://www.englishforum.ch)에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주로 페이퍼백 소설류에 치중되어 있었는데 (그리고 참 범죄물이 왜 그리 많던지) 어쨌든 오랜만에 맡는 책냄새(그리고 읽을 수 있는)에 기뻐하며 Coop 쇼핑백 가득 담아왔습니다. 당분간은 이걸로 갈증을 달랠 듯 합니다. 요즘은 여기서 건져온 John Grisham의 책들을 오며가며 읽고 있습니다.

- 구글서브: 구글러들의 환경친화활동. 취리히 근방의 Thur강 근처 숲. 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 시간 채워오라면 참 귀찮았는데 말입니다. "숲 속에서 부페 제공! 구글 로고 티셔츠는 물론! 근무 시간에 야외에서 햇볕 쬘 수 있는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게 아니삼!" 등등의 슬로건에 낚여... 반나절동안 잡초를 뽑고 왔습니다. -_-

- 배드민턴 학교: 우리나라의 홈플러스 문화강좌처럼, 여기에는 Migros schule라는 것이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별도의 전용 건물이 있다는 겁니다. 강좌 종류도 춤, 노래, 언어, 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원래는 살사 강좌에 나가려고 했었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일단 키가 맞는 파트너를 구하기가 힘들고, 유튜브에 있는 살사 비디오들을 보니 과연 내가 저런 고난이도의 춤을 출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고, 첫 레슨 날에는 어쩐지 발목도 쑤시고 기타 등등) 배드민턴 강좌를 골랐습니다. 배드민턴 선생님은 독일 사람으로 영어를 잘 못 하십니다만 눈치껏 코치껏 따라하는 중입니다. 독일어를 정말로 더 배워야겠습니다. ㅜㅜ 참 제 동료들은 그대로 살사 강좌에 나갔는데 아주 춤바람이 났습니다. 맨날 춤얘기만 합니다. -_-

- 굿민턴: 매주 금요일의 배드민턴 모임. 삼분의 일 가량은 구글러들, 삼분의 일 가량은 IBM, 삼분의 일은 다양한 직업으로, 스무명 남짓의 규모에도 불구하고 여러 국적과 연령대와 직업의 사람들이 골고루 섞여있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부터 저도 정규멤버입니다. ^^

쓰다보니 놀러다니기만 하는 것 같은데 음... 다음에는 일에 대해서도 좀 써야겠습니다.;;